[리암노엘]변하지 않는 것 5
오아시스
리암 갤러거 x 노엘 갤러거
비현실적 타임리프물 주의
우리애를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보낼 줄 알았더라면 이렇지않았을 것이다.
아니 사실 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그가 날 봐주지않는 한은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 것을 바꾸기위해 그 후로 계속해서 달려왔다. 그렇지만 우리애는 존나 대단해서 내가 달리고 달려도 나는 등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기에 더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따라잡기 위해서. 그를 제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 다시한 번 서고싶어서.
그렇게되면 죽기 전에 한번 쯤은 그가 나를 봐줄 줄 알았다. 잘했어 우리애. 라고 하며 나를향해 다시 한 번 웃어줄 줄 알았다.
20xx xx xx
노엘 갤러거 자동차 사고로 사망.
마지막으로 보고싶던 것은
우리애가 나를 보며 웃는 얼굴과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작지만 따뜻했던 손의 온기.
우리애가 죽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의 장례식에는 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냉정하다고 비판하고 팬들은 원망했지만 나는 참여불가의사를 밝혔고 정말로 가지않았다. 다만 내 아내와 아들 둘만이 참석했을 뿐이었다.
그 시각 나는 멍청하게 커다랗기만한 티비 화면으로 생중계되는 장례식 상황을 보며 사람들이 울음과 함께 발음이 엉망이되어 부르는 라이브 포레버를 들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다만 머릿 속이 멍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 노래만을 불렀고 나는 모든 것을 제친 채 한 구절만을 계속해서 따라 불렀다.
you and i gonna live forever 라는 구절만이 머리에 떠다녔다. 너와 난 영원히 살거야.
변하지않고 그 곳에서 영원히 있을 것만 같은 형은 한줌의 흰 가루로 변해버린 채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날 기다려줄 것만 같던 우리애는 이제 없었다. 이젠 앞을 보아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나보다 작아도 내 눈엔 커다랗기만하던 그의 등은 이제 볼 수 없었다.
결국 그가 땅에 묻히면서 중계는 끝났고 나는 멍하니 색을 바꿔가는 티비화면을 보다가 그대로 꺼버리고는 방에 들어가 오래된 전축에 레코드를 끼워 비틀즈음악을 들었다. 이 것을 듣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기에 노래는 지지직거리며 좋지않은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이불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어린시절 내 모습이 겹쳐졌다. 눈을 떴다. 고풍스러운 엔틱 풍의 벽지가 보였다.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망막에는 어린시절 파란비행기가 그려진 벽지와 그리고 우리애의 웃는 얼굴의 잔상이 보였다.그제야 병신같이 눈물이 비집고 새어나와 내 눈가를 적시고 빠르게 이불을 적셔갔다. 한 번 비집고나온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고 눈가가 쓰려왔다. 흡...윽....하는 억누르고 억눌러도 다 누르지못할 울음삼킨 소리가 입 밖으로 비집고 나왔다.
어린시절 노엘이 처음으로 집을 나갔던 후 처음으로 비틀즈 음악을 들으며 울었다.
아무 것도 변한 건 없었다.
난 오아시스가아니었고 이미 형과 가족으로서 함꼐살거나 오래되어서 가족이라는 의미도 퇴색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를 만난게(마주친 것이 아니라 정말 만남을 가진게)언제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아내에의해 억지로인 척 크리스마스 문자를 하지않게 되었을 뿐이었고 더이상 그의 관심을 끌기위해 트위터에 그를 언급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었다.
모두들 내가 한 마디라도 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이제 들어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내가 밖으로 나가지않자 나를 향한 비난대신 동정론이 수근거렸고 아내와 아이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다. 아내와 같은 방을 쓰지도않았다. 다만 간간히 아내가 넣어주는 식사를하며 비틀즈 노래만을 틀어두고 구석에 쳐박아두어 먼지가 쌓인 오아시스 앨범자켓을 만지작거리기만을 반복했다.
이 때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이가지 않았다. 나는 이제 머리의 대부분이 희게 변했을만큼 늙었고 아이들도 결혼했으며 목소리는 많이 쉬었고 덕분에 장시간 앨범을 내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간간히 혼자 노래를 부를 뿐. 돈은 많았기에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내가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We'd go on and on"
언젠가 오아시스시절 작곡했던 노래를 나도모르게 흥얼거렸다. 비틀즈의 부드러운 음악에 맞춰 내 쉰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려왔다.
신은 나를 아벨이라고 생각하나봐.
얼마 후 사라 맥도날드 갤러거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종이봉투가 한 통 도착했다. 그 곳에는 짤막하게 노엘이 내 앞으로 남겼다는 것이었다. 그 봉투를 뜯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며 봉투를 매만졌다. 그 봉투는 결국 그 날 뜯지 못했다.
며칠 후 비디아이의 해체소식을 발표했다. 겜과 앤디와 샤록과 오랜시간 이야기한 후 내려진 결정이었다. 비디아이의 해체 소식에 모두들 오아시스의 재결합에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다만 아내에게 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건내며 사과했을 뿐이었다. 아내는 울면서 거부했지만 결국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않는 내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면 돌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가 돌아갈 일이 없음을 그녀도 나도 알고있었다. 그녀는 배려심깊고 강한여성이었다. 내겐 과분할정도로.
나는 맨체스터의 외진 곳에 작은 집을 하나 샀다. 그리고 그 곳을 푸른 색으로 도배했다. 내 짐은 낡아빠진 전축기와 망가진 기타, 내가냈던 앨범들, 그리고 몰래 가지고있던 우리애의 웃는사진, 마지막으로 우리애가 남겼다며 형수가 남겨준 커다란 종이봉투 하나가 다였다. 트위터를 탈퇴했고 프리티그린의 경영권을 아내에게 넘겼다. 모두들 말이 많았지만 나는 묵묵 부담이었다. 앤디와 겜, 샤록만이 나를 걱정하는 전화를 할 뿐이었고 나는 그들에게 괜찮다고 웃어보인 후 핸드폰과 트위터계정을 없애버렸다. 필요한 것은 이 것이 다였다.
몰래 산 집임에도 바깥에는 파파라치들이 서성거렸다. 그렇지만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식료품은 일정기간 매일 집 뒷문으로 배달하게 한 후 충분한 돈을 지불했다. 그게 정말 마지막이었다. 햇빛의 따스함따윈 이제 느끼지못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사진 한장을 매만지며 침대에 누워 비틀즈 음악을 틀어놓았을 뿐이었다.
가끔 우리애가 남긴 봉투를 매만지긴 했지만 차마 뜯을 용기가 나진 않았다. 그냥 아직 아니라는 그런 느낌이 났다. 대신 우리애의 사진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비틀즈의 음악을 중얼거렸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가지 일들이 바깥 세상에는 일어났겠지만 무슨일이 일어나던 이젠 나와 아무 상관없었다. 편지를 통해 겜과 샤록의 부고소식을 들었을 때가 내가 밖으로 나간 유일한 두 번이었다. 어느새 내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모든게 무감각해지고 비틀즈 음악을 들어도 울지 않게되었을 때 즈음 직감적으로 형을 만나러 갈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우리애가 나한테 남겼다던 종이봉투를 들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채로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위에 남겨져있던 이음새는 많이 헐거워져있었지만 차마 열어볼 수 없던 그 봉투를 열었을 때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멈춰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 봉투에는 누가 작곡했는지 뻔한 악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그 악보들은 내가 오아시스를 나갔을 때부터 비디아이시절까지 전부 당시 내 목소리에 맞춰서 작곡되어있었다. 내 노래라는 것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우리애...씨발 병신새끼야..."
이런 건 직접 전해달란말이야. 뿌옇게 흐려지는 눈 앞을 애써 슥슥 비벼닦고 악보들을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가사와 음을 외우기 시작했다. 우리애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것이니까. 이 노래를 지금 부를까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건 관두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든는 것은 우리애여야했다. 처음 부르는 거라 이 곳 저 곳 많이 틀려서 우리애가 많이 화내겠지만 그 정도는 봐주겠지.
그리고 이 노래를 제대로 부르게 되었을 때 우리애는 웃어줄까.
"아."
목소리를 가다듬기위해 짧은 소리를 냈다. 그러고보니 노래를 제대로 부른지 오래되었었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바보같이. 우리 애 앞에서 병신같은 짓을 할 뻔 했다는 깨닫고 목을 다시한 번 가다듬고 목소리를 풀기 위해 무슨 노래를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쉬지않고 틀어둬서 이젠 틀어두지않아도 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비틀즈의 부드러운 선율에 맞춰 내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렸다.
우리애가 말했었다. 삶의 커다란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은 후회하지않는다고. 왜냐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자잘한 것들은 후회할지 몰라도 커다란 것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그럼 나와의 일은 어땠어? 후회하지않아? 아니면 너에겐 커다란 일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서 후회해?
점점 아득해져오는 의식 속에서 영원히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우리애에게 했다. 널 만나면 물어봐야지. 사실 어느 대답을 들어도 기쁘지 않을 것 같아. 네가 나와 싸운 일을 후회하지 않는 것도 싫고 후회한다고해도 나와의 일을 작은 일로 생각하는 것도 싫어. 난, 난말이야 형. 너와의 일이 정말 내인생의 후반을 전부 결정할 정도로 정말 큰 일이었어. 그리고 그 일을 정말 후회해.
다른 후회하는 일은 없어.
돈에 묻혀 죽을만큼 벌었고 어머니도 호강시켜드렸었고 멋진 여자를 만나서 결혼도 몇 번이나 했었고 아이들도 잘 컸어. 네가 만든 노래도 수 백 번 수 천번 불렀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었지.
내가 하고싶은 것은 모두 되어봤어. 우리애 모두 네가 함께 있어서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이지. 그리고 나도 이 것들을 후회하지않아. 왜냐하면 행복했고 그리고.....
그래도 다만 후회가 하나있다면, 아니 여전히 하나 놓을 수 없는 건
그 때 그러지않았다면 우린 좀 더 나아졌을까.
우리 애
넌 어떻게생각해?
까맣게 점멸하는 시야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귓가엔 비틀즈의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이대로 이제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왠지모르게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넌 거기 있을까?
우리애. 우리애.
신이시여,
다만 바라건데
다시 한 번 더 우리애의 웃는 모습을.
나는 그 것 하나면 충분해. 그 것을 볼 수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좋아. 너와 함께라면.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우리애의 파란 눈 대신
파란 비행기가 그려진 벽지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