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락게이(비틀즈,블러,오아시스,롤링스톤즈) / 글러 / 트위터/ 티스토리 수위글 비밀번호DM or 맞연성러 Michelle(미쉘)

카테고리

락게이 (196)
:) (1)
비틀즈 (98)
블러 (9)
오아시스 (23)
롤링스톤즈 (6)
기타 (0)
쓔레기통 (59)
방치글 (0)
:3 (0)
Total
Today
Yesterday

블러


알렉스 제임스 x 데이먼 알반



띠리리리리- 


전화 벨소리가 시끄럽게 고막을 울렸다. 먼 곳에 가라앉아있던 의식이 그 시끄러운 소리에 맞춰 강제로 끌어올려졌다. 뻑뻑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어거지로 뜨니 시야가 희뿌옇게 번졌다가 곧 또렸해졌다. 나는 눈가에 눈꼽을 슬슬 비벼 문지르며 고개를 돌려 탁상위에있는 전자시계를 확인해보았다. 새벽 세시였다.


"씨발...."


어떤 몰상식한 새끼가. (우습게도 이 생각을 하며 잠깐동안 리암에게 보복형 장난전화가 왔다고 생각했다. 실은 얼마 전에 그의 형과 자신의 팀이 함께 무대를 섰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은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인지 트위터에 갖잖은 비유를 대고 블루 어쩌고하며 궁시렁거렸다.) 절로 욕이 나오는 것을 굳이 막지않으며 나는 핸드폰을 협탁에서 쥐어들었다. 


띠리리리-


나는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이 확 달아났다. 액정을 가득 채운 것은 데이먼의 이름이었다. 나는 잠시 시계와 핸드폰을 번갈아보다가 곧 '그래, 데이먼이니까'하고 납득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편한대로 사는게 가장중요한 이자식은 지금 내가 자고있다는 점이나 새벽세시라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더 한심하게도 겨우 그런 전화한통에 가슴설레는 자신이 제일 싫었다.


"야, 너 지금 몇신지...."

"흐으......."


아무리 좋아하는 상대라도 말이 곱게나갈리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에 그렇게 서로 아끼며 보듬는 살가운 사이도 아니었고 (물론 키스하고 성기를 마주하여 크로스하는 것이 살가운사이가 아니라고 물으면 할말은없지만 아무튼 서로 간질한 말을 건네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다.) 데이먼은 좋게 말해봐야 머리꼭대기에 앉기만 하는 것을 알았기에 이럴 땐 따끔하게


"미친 술마셨어? 어디야?"


는 개뿔. 나는 데이먼의 쉰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옷장서랍을 뒤져 바지를 꿰어입었다. 이자식이 술에취해 어디 널부러져있는지 몰라도 술취한 데이먼은 별로 밖에 놔둘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지만. 아무튼 나는 취하지않았고 데이먼은 술에취해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전화를 어깨와 볼 사이에 끼워넣고 난방셔츠에 팔을 꿰어넣으며 데이먼? 데이먼?하고 불렀다. 


"데이먼."


내가 외투를 전부 입고 다시 핸드폰을 손에 쥘 때 까지도 핸드폰 너머에선 하아-하는 너른 숨소리만 들려왔다. 말도 못할정도로 취한건가. 대체 어디지. 일단 데이먼이 있는 곳이라도 알기위해 함께 술을 마셨을만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속으로 꼽아보았다. 먼저 그레이엄은 아니고 데이브도 아니고 하며 머리 속에 사람들을 나열해 한명씩 목록을 제하던 나는 곧 생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해."

"뭐?"


그 말한마디는 내 생각을 바로 멈추게 하는데 충분했다. 아니 어쩌면 몸의 모든 기능이 멈췄을지도 몰랐다. 쿵 하고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나는 한참을 가만히있었다. 그 순간만은 눈도 깜빡이지않고 숨도 쉬지않았고 심장도 뛰지않았던 것 같다. 말그대로 일시정지 상태였다. 데이먼은 술에취한 상태였고 분명 그 말이 제대로 된 말일리 없었지만 이미 뻣뻣한 내 뇌는 거기까지 구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10년정도 짝사랑해온 상대에게 한밤중에 대뜸 깨워져 고백을 듣는다면(설령 상대가 아무리 술에취해있고 전화를 통해서라고 해도) 그 누구나 그럴 것이 뻔했다.


"사랑해....사랑해..."


다시 나를 현실로 돌이켜준 것은 그의 연이은 고백이었다. 현실성없던 그 목소리가 점점 또렷히 다가왔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핸드폰을 쥔 손이 떨렸다. 겨우 정신이 돌아와 이 술주정뱅이가 뭐라는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귀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술때문에 재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하는 소리라도 좋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꿈꿨는데


흐-하고 데이먼이 처음 냈던 것과 비슷한 소리가 이번엔 내 목에서 흘러왔다. 씰룩씰룩 입꼬리가 절로 치솟았다. 와 씨발 존나좋아. 이 단어가 이렇게 낯간지럽지않고 좋은거던가.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자꾸만 얼굴 근육이 풀어져나갔다. 그래그래 계속 말해라. 이 술주정뱅이놈아. 


흐흐흐 하고 웃음소리가 밖으로 샜다. 씨발 술주정도 존나 귀엽게하네 새끼. 분명 진심일리는 없었지만 이미 내 기분은 사르르 얼음녹듯 녹은지 오래였다. 첫사랑하는 소년이 처음으로 들어본 사랑고백처럼 심장이 간질거리고 쿵쿵 뛰었다. 진짜. 귀여우니까 데리러가줘야지. 


"사랑해...사랑해-"


데이먼은 계속 얘기해왔다. 아 진짜 좋다. 이젠 너무 좋아서 침이 흐를 것만 같았다. 이새끼 이거 기억하려나 못하려나. 기억못하면 나도 사랑해 라고 하고싶은데. 해도 장난으로 치부되지않을까. 나는 흐흐흐-하고 웃음을 주체못하며 나도 사랑해 라고 언제쯤 말할까 타이밍을 재었다. 


"사랑해, 그레이엄."


그러나 내가 그렇게 대답할 일은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데이먼의 전화는 뚝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쳐박혔다. 


"이 cunt!!!!!!!!!"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집어던지고(물론 침대 위에) 씩씩거리며 거칠게 옷을 끌어내려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침대에 다이빙했다. 그 새끼는 나를 한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사람기분을 언짢게했다가 천국으로 끌어올렸다가 이젠 아주 지옥불에 던져버렸다. 더 슬픈건 그렇게 휘둘리는 나였다. 아무리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씨발.....어차피 술주정이고 나한테 하는 말 아닌 건 알았는데


"그렇다고 다른사람 이름 부를 건 없잖아."


그것도 하필이면 그레이엄. 나는 궁시렁거리며 다시 이불을 잡아당겼지만 이미 이불안은 차게 식어있었고 나는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쪽쪽 거리면서 데이먼이 뽀뽀를 해대는 소리가 아주 연습실 가득 들려왔다. 데이먼은 그레이엄을 바라보며 눈이 휘어지다못해 아주 눈밖으로 나갈 것처럼 웃어재끼고 있었다. 데이먼은 그레이엄의 얼굴 전체에 자신 입술이 부벼지지 않은 곳은 없게 만들어오더니 무슨생각인지 내 쪽으로 종종 걸음으로 다가왔다.


"너도."


그러더니 내 목에 팔을 감고 쪽쪽쪽 입술을 부비기 시작했다. 내가 짜증난다는 듯 데이먼의 어꺠를 밀었지만 상관도 없는지 데이먼은 내 손바닥에까지 입을 맞춰와 결국 나는 포기하고 얼굴을 대주는 수 밖에 없었다. 데이먼은 한참을 내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찍어누르더니 이젠 혀까지 내밀어서 내 볼을 삭삭- 핥아왔다. 말랑한 데이먼의 혀가 내 볼을 지나면서 볼이 축축히 젖어왔다. 볼에 데이먼의 혀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약간 까슬한게 고양이같기도 한 데이먼의 혀는 사탕이라도 집어 먹었는지 빨갛게 붉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혀를 내 입안에 넣어 쪽쪽 빨아당기고 싶을 만큼...


"입냄새나 더러운 놈아."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데이먼의 머리를 이번엔 있는 힘 껏 밀어버렸다. 데이먼은 그제 닦았는데 라는 말도안되는 소리를하며 불퉁거리고 멀어졌다. 아 진짜 저 더러운 새끼가. 보통사람은 하루에 세번씩 이를 닦거든. 진짜 더러운놈. 하면서도 나는 데이먼이 핥은 볼을 굳이 문질러닦지 않았다. 정말 데이먼 저놈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다니.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먼은 다시 그레이엄에게 가서 뽀뽀를 시작했다. 이 다음엔 데이브일 모양이었다. 쪽쪽 뽀뽀를 하는 모양새가 아주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아, 그런가. 그레이엄한테 뽀뽀하고싶은데 그레이엄한테만 하면 이상하니까 그런건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가설을 세워봤지만 진짠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다. 더 슬픈 것은 화도안난다는 것이었다.


그래 데이먼이랑 그레이엄 잘어울리지....한숨을 폭폭 쉬며 나는 데이먼이 이곳저곳 키스를 날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입술이 얼마나 가벼운지 아주 이곳저곳에 키스를 뿌리도 난리다. 그리고 그걸 또 보고있자니 다시 부러워졌다. 나는 데이먼이 다시 나한테 와서 뽀뽀해주지않을까 조금 기대했지만 데이먼은 이 쪽으로 올 기색이 없었다. 새끼 한번 밀어냈다고 다시안오기는. 남자가 삼세번은 해야지. 나는 궁시렁거리며 베이스를 퉁겼다. 축축했던 볼은 어느새 말라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블러 > 삽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알]쌍방향 삽질2  (1) 2013.12.01
Posted by Michelle(미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