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폴]뱀파이어 다이어리1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와 상관없음. 본적읎음.
비틀즈
존 레논 x 폴 매카트니
중세 au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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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그냥 눈을 떴다. 어둠 속에 한참을 잠겨있다가 그냥 어느순간 정신이 들었고 반사적으로 눈꺼플을 들어올렸다. 일어났을 때 그가 내 곁에 있었다.
"깻구나 폴. 네가 죽은 줄 알았어."
그는 나를 안고 훌쩍훌쩍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었다. 그 상황이 인식되지 않았다. 그냥 가슴이 축축했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점저 익숙해져오는 바깥 풍경이 낯설었다.
"이제 다신 나를 떠나지 마, 폴리."
그는 내 허리를 팔로 끌어앉고 나를 올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표정이 너무 애절해보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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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폴매카트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존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산다고 말하면서 와인잔에 붉은 액체를 한가득 담아주었다. 나는 그 것을 쭈욱쭈욱 마셨다. 처음엔 와인이라고 생각했으나 알코올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 것은 무척 달면서도 약간 새콤했다.
내가 꿀꺽꿀꺽 그 것을 전부 마시자 그는 웃는듯 슬픈듯 애매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내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슥-쓸어주고
"잘했어. 폴리."
하고 나를 칭찬해주었다. 대체 뭘 잘했다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내가 몸이안좋다고 말했다. 특히 나는 햇빛을 보면 안된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진 창가가 보였다.
"나는 밖을 볼 수 없는거야?"
하고 내가 묻자 그는 머뭇머뭇 하다가
"밤에는 봐도 돼."
하고 대답했다.
"이렇게 어두운데 밖이 밤인지 낮인지 어떻게 알아?"
"걱정마 낮에는 창문을 전부 잠궈두니까. 열리지 않으면 낮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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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성이었다. 그 것도 엄청 높은 성 말이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하면 글쎄 내 방 창문을 열었더니 아래로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반듯한 성벽도 말이다. 내가 있는 창은 못해도 5m는 되어보였다. 근처에 마을하나 보이지않고 절벽으로만 둘러쌓인 이 곳은 시선을 멀리까지 해보아도 뾰족하고 높은 돌산만이 이 곳을 감싸고있을 뿐이었다. 이 곳은 마치 요새 같았다. 나는 실없이 대체 여긴 어떻게들어오는거지? 날아들어오나 하고 멍청히 생각했다.
복도엔 항상 촛불들이 일렁거렸다. 언제 불을 켜두는지는 몰라도 항상 촛불은 꺼지는 법이 없었다. 덕분에 나는 내방에서 초를 들고 복도를 나가는 습관을 버렸다. 이 곳에는 방이 굉장히 많았는데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내 방 뿐이었다. 내 방이 몇층인지는 몰라도 내가 있는 층 복도에는 내 방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한 층만 아래로 내려가도 사정은 달랐다. 한번은 존을 찾으러 내려갔는데 그 복도에 굉장히 많은 방들이 있어서 그 방 문들을 전부 열어보았다. 그 방들은 텅텅 비어있었고 복도에 있는 것처럼 붉고 두꺼운 카펫만이 놓여있었다. 텅 빈 돌벽은 나를 무섭게했다.
나는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방문들을 둘러보지도않고 계단만을 내려갔다. 그러나 내가 10층을 널게 내려가도 계단은 계속계속이어져있었다. 나는 무서웠다. 나는 이제 몇층을 올라가야하는지도 몰랐고 위로 향하는 빙글빙글 꼬아진 계단들은 까마득해 보였다.
"존....! 존!"
나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울상을 지으며 존을 불렀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넓은 성 벽에 부딪혀 메아리 칠 뿐이었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내 목소리가 들릴리 없었다. 내가 어떻게하지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자 등 뒤에서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불러? 폴."
"어, 언제왔어?"
"방금."
나는 너무 놀라 몸을 경직시켰다가 곧 그게 존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존이 웃고있었다. 내가 말까지 더듬으며 묻자 존은 웃으며 내 허리를 끌어안아 내가 떨리지 않을 때까지 나를 토닥여주었다. 그치만 네가 내려오는거 못봤는데......이렇게 높은데 내려오는걸 봤으면 아까 봤을텐데. 나는 그 말을 할까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그 말을 삼켰다.
"올라가자."
존은 관자놀이에 입맞춰주고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내 무릎 밑에 손을 넣어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내가 그렇게 가볍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무슨 종이짝을 드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존을 멀뚱히 보자 존은 나랑 자신의 코를 비볐다.
그리고 존은 한번에 세-네 계단씩 성큼성큼 올라갔다. 힘들지도 않은지 거의 뛰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굉장히 오래걸렸는데 존은 금방 내 방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아래층에 함부로 내려가지마. 방이 많고 다 똑같이 생겨서 헷갈릴거야."
존은 웃고있었지만 왠지 화가난 것 같아 보였다. 아니, 화가났다. 존의 눈 밑에 미세하게 경련하고있었다.
"그럼 널 보러갈 수 없잖아. 난 네 방도 모르는데"
"내가 필요하면 널 불러. 그럼 금방 갈게."
"알았어."
내가 변명하듯 그렇게 대꾸하자 존이 말했다. 나는 이 넓은 성에서 어떻게 내가 부르자마자 오냐고 묻고싶었지만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존은 말을 잘듣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혹시 나는 존의 어린동생이나, 사고를 쳐서 낳은 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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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얼굴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에는 거울이나 내 얼굴을 비출 그 무엇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얼굴을 알게된 것은 내가 방에있는 책상서랍을 뒤졌을 때였다. 그 곳에는 일기장이 두개, 그리고 정말 두껍다는 말도 부족할만큼 내 손바닥을 전부 펴도 어려울만한 백과사전 같은 양장책이있었다.
나는 그 책을 펴보았다. 그 책의 제목은 사랑스런 폴리였다. 나는 존이 나를 폴리 라고 애칭을 지어 부르던 것을 떠올렸다. 나는 그 책을 펼쳐보았다. 그 곳에는 아주아주 어린아이의 얼굴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것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건 바로 그 위에 그려진 것인지 금방 내 손에 번져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손을 때었다. 그리고 점점 페이지를 넘겼다. 대부분 그냥 그 아이를 그려놓은 것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아이는 자라갔다. 그리고 그아이는 점점커서 아장아장 걸었고 또 아이가 되었다.
아이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예뻤다. 속눈썹도 길고 눈도 커다랬다. 그 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 폴리가 웃는 모습. 폴리가 반찬투정하는 모습. 폴리가 침대에 오줌쌌다고 우는 모습. 등등이 옆에 쓰여져있었다. 나는 왠지 부끄러워졌다.
아이는 또 소년이되었고 그리고 청년이 되었다. 청년이 되고부터 누드로 그린 그림들이 생겨났다. 어느 그림은 상반신만 그려져 있었는데 뭔가 우는듯 아픈듯 달뜬 모습이기도 했다. 그 옆에는 내 밑에서 우는 폴리 라고 쓰여져있었다. 대체 뭐지? 아픈걸 달래준건가 하며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청년은 이제 자라지 않았다. 그렇지만 늙어갔다. 청년의 눈옆에 주름이 생겨나더니 페이지를 주르륵 넘기자 어느새 볼살도 쳐지고 머리에 희끗희끗한 것들도 생겨났다. 청년은 중년이 되었지만 그림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여러 모습을 그렸고 또 사랑스럽다고 쓰여져있었다. 청년때부터 그려오던 누드화도 여전했다.
중년은 곧 노인이 되었다. 이제 그 그림은 확연히 늙었단 모습이 떠오를정도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 노인의 눈빛은 매우 슬퍼졌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오십 페이지 쯤 남았을 때 부터 모든 그림은 한가지였다.
그 노인은 눈을 감고있었다. 그 방은 자신의 방이었고 그는 잠든 것처럼 누워있었다. 넘기도 넘겨도 그 그림이었다. 마치 판에박은 같은 그림인마냥 그랬다.
잠든 폴리. 잠든 폴리. 잠든 폴리. 잠든 폴리. 스무 페이지 정도는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도 모두 같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그림은 그대로였으나 옆에 쓰여진 글씨가 변했다.
일어나. / 일어나. / 일어나 폴리. / 아침이야. / 제발 일어나. / 일어나줘. / 일어나라니까!!!!. / 일어나 제발 제발 일어나줘. / 일어나 일어나란말이야. / 내 곁에 잇어줘. / 나 떠나지마. / 폴리 일어나. / 부탁이야 일어나.
나는 그 그림을 한참보다가 촛불에 비춰진 내 손을 보았다. 제대로 본 적 없었는데 내 손은 주름으로 쭈글쭈글했다. 저 그림은 내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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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오늘도 그 와인잔에 든 쥬스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꼴깍꼴깍 쥬스를 넘기며 존을 보았다. 존은 주름하나없이 예쁜얼굴이었다. 아무리 많이 쳐줘봐도 30대? 아니면 20대일지도 몰랐다. 사실 20대처럼 보였다.
"존."
"왜, 폴리?"
"나는 몇살이야?"
내가 그렇게 묻자 존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존의 눈동자가 촛불에 일렁였다. 왠지 무서운 눈이라 나는 몸을 약간 움츠렸다.
"70살이었나. 71살이었나. 어렵네. 나이세는건 서툴러서. 그건 왜 물어?"
그림으로 봤을 땐 그래도 60대쯤이지 않을까 했는데 70대였구나 나. 생각보다 엄청난 나이에 나는 우울해졌다.
"아니야 아무 것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손에 자신의 손을 깍지껴 나와 이마를 대었다. 그리고 말했다.
"걱정마 폴리. 넌 여전히 예전만큼 예뻐."
그 말에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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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랍에서 일기장 두개를 꺼냈다. 하나는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져 있었는데 나는 그 것을 열어보려고 열쇠를 찾다가 결국 찾지못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두번 째 일기장을 꺼냈다. 그 것은 하얀 백지에 새 일기장이었다. 나는 깃펜을 들고 천천히 그 일기장 첫페이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1. 그의 이름은 존 레논이다.
2. 나는 폴 매카트니이다.
3. 나는 햇빛을 보면 안된다.
4.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게 좋다.
5.나는 70대이다.
6. 존은 30대이다? 20대는 아니겠지.
7. 존은 내가 아래로 내려가는게 싫은가보다.
그런데 존은 내 아들인가? 설마 손자? (만년필로 찍찍 그은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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