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쌍방향 삽질2
블러
알렉스 제임스 x 데이먼 알반
오늘은 고백해야지 오늘은 고백해야지 하고 질질 끌던게 무려 십년이었다. 시발 그놈의 십년. 더 서러운건 그 새끼가 날 절대 좋아할리 없다는 것이었다. 만나서 툭하면 나를 cunt라고 지껄이는 놈이 날 사랑할리 없었다. 물론 날 싫어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나를 좋아하겠지. 물론 친구로써 말이다.
"나쁜 치즈매니아자식...."
나는 술을 더 삼키며 알렉스를 욕했다. 이게 다 그놈때문이다. 길죽길죽하게 왕자님같이 잘생긴얼굴로 아닌척하면서 은근히 나를 챙겨주니 반하지 않고 배겨. 더 서러운건 그놈은 원래 그렇다는 거다. 괜한 일로 시비를 걸어 기분상하게 하면서도 미워할수없게 어깨를 둘러 이렇게 저렇게 사람을 챙겨주고 기분좋게 만들어준다.
누군들 안반하겠냐고! 내가 잘못한게 아니란말이야! 모든건 다 그자식 잘못이야! 나는 또 청승맞게 주르르 나기 시작하는 서러움에 못이겨 휴지를 꺼내 코를 팽-풀었다. 혼자서 이렇게 술마시기가 벌써 햇수로 몇인데 그자식은 정말...... 나는 궁시렁거리며 다시 한 번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이제 더이상 이렇게 살 순 없었다. 이렇게된거 이판사판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단축키를 꾸욱 눌러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케이...할리는 없지만 오케이하면 좋은거고 노 하면 술주정꾼의 헛소리로 만든 후 모른척하면 그만이었다. 완전히 차이고나면 나도 그만할 수 있겠지.
뚜루루-뚜루루- 전화 신호음이 갔다. 그 소리를 듣는 내내 나는 초조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술때문인지 아닌지 모를 홧홧함이 얼굴에 밀려와 나도모르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툭 쳐댔다. 받아라. 받아라 왜안받아. 안받으면 안되는데. 신호음이 길어질수록 몸이 축축 쳐졌다. 이대로 오늘도 고백은 못하는구나
"야, 너 지금 몇신지...."
"흐으......."
안도반 또 실망반 같은 기분으로 숨이 새버린 순간 알렉스가 전화를 받았다. 아 초장부터 이런거 하려던게아닌데.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알렉스의 목소리를 듣자 배꼽 안쪽이 간질간질해왔다.
"미친 술마셨어? 어디야?"
화를 내려던 알렉스는 욕을하면서도 짐짓 걱정된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분명 어딘지 말하면 데리러 오겠지. 이녀석은 이상한 쪽으로 성실했다. 그 점또한 내가 알렉스에게 반한 여러 이유들 중 하나였다.
아 젠장 어떻게하지. 너무 좋잖아.
나는 테이블에 팔을 대고 엎드려버렸다. 아 진짜 너무좋아. 알렉스....씨발 알렉스. 그거알아? 니가 좋다고. 넌 아니겠지만 난 니가 좋단말이야. 나는 들리지도않을 고백을 계속 속으로 외쳤으나 그 것들은 입 밖으로 쉬이 나오지않았다. 평소엔 하지말래도 저절로 나불거리면서 쓸모없는 주둥이같으니.
내가 말이없자 알렉스는 내가 술취해 인사불성이라 여겼는지 데이먼-데이먼-하고 나를 불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나는 걸 보니 나를 데리러오기위해 옷을 갈아입는 모양이었다. 심장의 간질거림이 커졌다. 심장 안에 커다란 새라도 있어서 자꾸 날개짓을 하며 부풀어올라 심장안쪽을 깃털로 간질이는 것 같았다.
"데이먼. 데이먼?"
계속해서 알렉스가 날 불렀다. 그건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고 화내는 것 같기도 했다. 알렉스가 부르는 내 이름은 너무 좋았다. 알렉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날아갈 것 같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진짜 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 맞아 나 여기있어. 알렉스가 부를 때마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데이먼."
그래 나 여기있어. 널 사랑해.
"데이먼."
그래 나 여기있어. 알렉스 널 사랑해.
"데이먼?"
그래 나 여기있어. 알렉스 널 아주 많이 사랑해.
하아-하고 절로 달콤한 숨이 샜다. 네가 불러지는 이름에 이미 나는 천국에라도 온 듯 행복했다. 술조차 나를 이런 기분으로 만들지 않는데 너는 그저 모두가 불러주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나를 그렇게 만든다. 좋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사랑해."
"뭐?"
결국 나는 그 가슴 속에 터질듯 부푼 마음을 더이상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아 드디어 말했다. 알렉스한테 말했다. 사랑한다고. 쿵쿵-하고 심장이 크게 뛰었다. 나는 사랑한다고 내뱉은 것만으로도 너무 버겁고 그리고 너무 좋았다.
그러나 알렉스가 말한 답문은 내가 원한게 아니었다. 알렉스는 당황한 듯 내 고백을 되물었을 뿐이었다.
"사랑해....사랑해...."
그래서 이번에는 두번이나 말했다. 내 있는 모든 감정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알렉스. 너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알렉스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점점 더 불안해져왔다.
"사랑해."
사랑해 알렉스 뭐라 대답좀 해줘. 나는 간절히 마음을 담아 다시한 번 고백했다. 처음과는 달리 많이 작아지고 자신감도 잃은 볼품없는 고백이었다. 그 때였다.
"흐-"
핸드폰 너머로 알렉스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을 멈췄다. 웃는거야? 지금 내가 고백했는데?
"사랑해."
울컥 해서 나는 다시한 번 말했다. 나는 대답을 듣고자 한거지 비웃음이나 당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흐흐흐흐-하고 더 큰 웃음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알렉스는 웃고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사랑해...사랑해...."
한번만 대답해줘. 나도 좋아. 아니면 싫어. 뭐든 좋으니까 제발. 나는 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서 할줄아는 말이 사랑해 밖에 없는 것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웃음거리나 되려고 사랑한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네가 좋아. 알렉스. 아주 많이 사랑해.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알렉스의 웃음소리 뿐이어서 나는 결국 대답을 듣는 걸 포기했다.
"사랑해, 그레이엄."
그냥 떠오르는대로 그레이엄의 이름을 던져버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이러면 자기한테 했다고 생각도 안하고 그냥 술주정뱅이의 헛소리로 치부하겠지.
"나쁜새끼....싫으면 싫다고라도 해주지."
나는 네가 웃기라고 고백한게 아닌데......다시 혼자 술을 홀짝였다. 씨발 역시 그딴새끼를 좋아하는게 아니었어. 나쁜새끼.
나는 뜨거워지는 눈두덩이를 손으로 꾹 눌렀다. 내일이면 알렉스가 니가 전화해서 고백했었다고 배꼽을잡으며 웃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알렉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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