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존 레논 x 폴 매카트니
폴은 그 날 집에 혼자였다. 아내는 일을 나간지 오래였고 이미 아이들이 전부 커서 떠난 커다란 집은 적막했고 거기에 폴은 아프기까지 했다.
영국의 매서운 겨울바람은 이제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폴에게 기침과 고열을 동반시켰고
폴은 혼자서 고열에 시달리며 침대에서 끙끙 알아야했다.
폴은 혼자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아까 전부터 아니 오래 전부터 그의 곁에 머무는 사람이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존이었다. 동그란 안경을 쓴 존은 이미 70대가 된 폴과는 달리 여즉 40살. 즉 죽기전의 모습이었는데 그의 몸은 반 투명했다.
그는 폴의 옆에 앉아서 연신
"아프지 마, 아프지 마 폴리. 아프지 마."
하고 속삭였지만 폴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존은 열이나 끙끙거리는 폴이 안타까운듯 폴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폴에게 닿지 못한 채 통과되고 만다.
존은 하염없이 폴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 때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책장에서 책이 하나 툭 떨어진다. 아내가 책을 읽고 좀 헐겁게 꽃아 둔 모양이었다. 책이 떨어지자 폴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한다.
"존, 거기 존이야?"
하고 팔을 뻗는다. 그 곳은 존이 앉아있는 곳과 정 반대 편이다.
"존 간호하러 와준거야? 친절해라. 고마워 존."
폴은 존을 등지고 누워서 텅 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마구 휘젓는다. 존은 폴의 등을 멀거니 바라본다. 폴은 열이올라 발간 얼굴로 행복한 듯 웃으며 허공을 향해 말을 건다.
"존 네가 있어줘서 곧 나을 거 같아."
폴이 웃으며 말한다. 존은 그런 폴의 뒷모습을 한참을 보다가 천천히 침대를 한바퀴 돌아 폴이 손을 뻗은 쪽으로 가서 폴의 손을 잡는다.
"응, 맞아. 나 여기있어."
그렇지만 둘의 손은 닿지 않는다. 그냥 그 곳에 겹쳐있다.
"전에도 네가 간호해줬는데. 넌 내가 아플 때마다 곁에 있어주는구나."
"응, 폴리 빨리 나아."
들리지 않을 걸 알지만 존은 폴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한다. 폴은 웃고 곧 열때문인지 잠이 든다. 존은 그런 폴을 들여다본다.
지금까지 주욱 그래왔이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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