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크리스마스의 기적
비틀즈
커플링없음.
크리스마스엔 종종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고는 한다.
그 날 폴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했지만 그건 어려웠다. 일단 이미 전부 커서 출가외인이 된 아이들은 제외하고 폴은 아내와 자신의 어린 딸과 시간을 보내려고했는데 헤더가 벨라노체를 데리고 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며 폴과 상의도 없이 국외로 날라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폴은 벨라노체에게 주기위해 샀던 분홍색 드레스를 벨라노체에게 선물해주지 못했다.
"산타클로스가 되고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다음에 줘요."
"그 날 전해주지 못하면 소용없어. 산타가 전해주는게 아니잖아"
낸시는 벨라노체가 이미 열살이라 산타를 믿을 확률은 거의없다고 말해주고싶었으나 그만두었다.
"꼭 가야해?"
"미안해요, 폴 이건 중요한 문제에요."
낸시는 기업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파티에 갈 예정이었으나 폴을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그 곳은 파티라기보단 일의 연장이었으니까. 물론 폴과 참여해 금술을 자랑하는 것도 좋았으나 그 곳에 폴을 데려갔다간 서로 상대의 기업이 어떤지 떠보기 바쁜 그 곳에 먹잇감이 될게 분명했다.
낸시는 폴에게 숨기는 것이 없었던데다가 회의하고 힘이들곤하면 폴에게 푸념하듯 회사 일들을 이야기하곤했는데 낸시가 부사장으로 있는 곳은 주식회사로 입소문에 큰 영향을 받아 나쁜 일이라도 유출되면 곤란했다. 물론 폴이 그 것을 일부러 말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낸시는 술에취한 폴이나 자존심이 상한 폴을 믿지않았다.
모르시나봐요? 하고 빈정거리기라도하면 어린애같은 자존심을 가진 폴은 욱해서 그 것을 내뱉을지도 몰랐다. 눈치없고 유치하고 자신이 잘난 줄 아는 70이먹었음에도 10대 소년같은 그 면이 사랑스러워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했으나 그 것과 그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낸시는 여성의 몸으로 커다란 회사의 부사장까지 오른 몸이자 다른 곳에 이사로 몸담고있기까지했다. 공과 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
"알았어. 잘 다녀와."
"파티라도 가는게 어때요? 다른 스타들이나 후배들이 오잖아요."
예전같으면 왜 자신이랑 보내지 않냐고 땡깡이라도 쓰겠지만(제인과 사귈 때 그랬듯이) 아무리 어린애 같아도 나이를 허투로 먹은 건 아니라 폴은 그냥 눈에 띄게 축 쳐진 표정을 하고 낸시를 마중했다. 그 모습에 그래도 결국 사랑에 약한게 여자라고 낸시는 결국 마음이 약해져
"같이 갈래요?"
라고 물었지만 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리를 불편하기만햇고 낸시를 곤란하게 하고싶지도 않았다. 낸시는 그런 폴이 기특하다는 듯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코트를 몸에 걸치며 폴의 뺨에 키스해주었다. 폴은 그런 낸시를 문 앞까지 배웅했는데 낸시는 숨겨두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폴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크리스마스잖아요, 당신에게 기적이 일어날거에요."
하고 다시 한 번 폴에게 키스해주고 문을 나섰다.
#
폴이 자리에서 일어난건 이른 저녁이 되어서였다. 6시쯤 되었을까 기타를 둥당이며 dvd로 발매된 예전 비틀즈 크리스마스를 보고있었는데 믹에게 전화가 왔다. 워낙 파티(라기보단 여자)를 좋아하는 믹은 벌써부터 잔뜩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링고가 바바라와 이 곳에 와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링고랑 본게 올해 늦여름 즘 이었던 것 같아 폴은 오랜만에 링고를 보기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예전 영상을 보니 마침 링고가 그립던 참이었다. 물론 조지도 존도 그립지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이미 볼 수 없게된지 오래였으니 이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폴은 낸시가 파티에가기 전에 골라 준 정장을 입고 비싼 시계를 찬 후 매니져에게 연락을했다. 직접 전화해 갈까 생각했으나 술에 취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얼마 후 집 앞엔 차가 대기했고 폴은 오랜만에 링고를 볼 생각에 들뜬 채로 파티장으로 향했다.
"링고!"
"오, 폴.'
폴은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링고를 찾았고 둘은 마주치자마자 요란하게 서로를 끌어 안았다. 잘지냈어? 그냥 그렇지 뭐. 하는 인삿말은 상투적이었음에도 둘은 꽤 오랜시간동안 서로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항상 서로를 만나면 드는 감정이 있었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그 것은 그리움과 동시에 약간의 원망을 닮아있기도햇고 후회같기도 헀다. 그러면서도 익숙함과 보는 순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편안함. 이젠 서로가 함께한 날들보다 함께하지 않은 날이 더 김에도 인생에 가장 격정적이었고 빛나던 시간을 함께했던 사이였다.
서로를 보면 기쁘면서도 가슴이 무겁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혹 자들은 왜 둘이 함께 활동하지않냐고 묻곤했지만 그 것이 둘이 함께 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들은 함께있을 수록 비어있는 이들의 부재를 크게 느꼈다. 존을 그리고 조지를.
분위기가 어색해지려하자 링고는 폴에게 술을 권했고 둘은 금새 구석에 자리를 만들었다. 링고는 폴에게 바바라를 소개했고 폴은 바바라에게 짖궃게도 링고가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애들 이야기를 했고 바바라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전설적인 비틀즈가 두 명이나 있으니 사람들이 둘을 가만둘리 없어서 어느새 둘을 중심으로 둥그런 원이 만들어졌다.
"전 당신들의 음악을 듣고 이 꿈을 꾸게됐어요!"
몇번을 듣고 들어온 그 말들을 들으며 링고도 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악수를 받고 포옹을 받고 어떤 이들은 감격에 벅차 울기까지했고 너무 놀라 말을 버벅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것들에 익숙해 링고와 폴은 웃어주었고 그들과 새로운 곡에대한 이야기나 찬양을 들으며 다시 폴과 링고가 서로에게 돌아왔을 땐 시간도 많이 지나있었고 둘은 모두 취해있었다.
"머리는 왜 안길러, 네가 머리를 박박 밀었을 때가 생각나는데? 아 그건 눈썹이었나?"
폴은 취할 때로 취해서 낄낄거리며 링고의 짧은 머리카락을 박박 문질렀다. 평소같으면 링고가 이성적으로 말렸겠지만 똑같이 취한 링고는 너는 이 머리가 잘어울렸다며 폴의 머리를 바가지머리처럼 손으로 동글게 말고 같이 낄낄 웃었다. 그리고 둘은 한참이나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는데 매니져는 이러다 파파라치에게 걸릴까 싶어 폴을 집에 데려가려 폴의 팔을 잡아당겼다.
"폴 이제 집에 가아죠, 곧 낸시도 집에 돌아올거에요."
그러나 폴은 링고를 잡고 통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링고를 잡은 손에 힘을 줘 링고의 팔만 벌겋게 변했다. 매니져는 어쩔 줄 몰라하며 링고에게 사과했다.
"폴, 폴 이러지 말아요. 집에 가야죠. 취했어요."
"놔! 이거 놔! 존도 조지도 내게서 뺏어가더니 이젠 링고도 뺏어가려고? 그건 안돼지! 안돼!"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약간 싸해졌다. 링고는 그 말에 술이 번쩍 깼는지 같이 안고있던 손을 풀었고 폴만 땡깡을 부리듯 징징거리며 우리집으로가자 우리 같이 연주해야지 하고 횡설수설한 소리를 내뱉으며 링고에게 매달려있었다.
"제가 데려갈게요."
링고는 폴의 매니져를 제지하고 자기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폴을 질질 잡아당겼다. 폴은 링고보다 훨씬 커서 부축을 한다고해도 거의 질질 끌리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보다못해 매니져가 반대쪽으로 폴을 부축해주었고 그렇게 셋은 파티장 앞에 들어선 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차 앞에 가도 폴은 링고를 놓아주지 않았다. 폴은 링고에게 자신과 같이가자며 매달렸고 결국 특단의 조취로 폴이 잠들 때까지 차에 있기로 매니져와 모두는 합의를 봤다. 밖은 추웠으나 차 안은 히터로 데워져 따뜻한 공기였다. 링고는 차 안에 앉아 눈이내리는 밖을 보았고 폴은 링고의 배를 끌어안고 주절주절 예전에 있던 일들을 떠들기 시작했다.
그 것들은 전부 두서없고 시간도 제멋대로였으나 그 모든 일들에 링고가 함께였으므로 링고는 그 말들을 전부 알아듣고 어느정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고보면 아주 예전에는 언제나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 때는 여자친구들이 있기도 했으나 그저 넷이서 시간을 보낼 때도 많았다. 넷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하며 샴페인을 터트리고 그러다 보면 파티를 하는 것 못지않은 크리스마스 였는데.
링고는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래 그때가 좋았는데. 술에취해서였는지 몸이 나른했다. 히터가 몸을 따끈따끈하게 데웠고 눈꺼플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옆에있는 폴의 사정도 마찬가지인지 조잘거리던 폴의 목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
"링고, 링고 일어나봐!"
링고는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떳을 때 맨 처음 보이는 건 조지의 얼굴이었는데 그게 너무나 익숙해 링고는 잠깐동안 조지가 너무 젊은 모습이라거나 조지는 벌써 십년도 더 전에 저세상으로 떠났다던가 그런 일 따위를 잊어버리고
"왜 깨워, 조지. 나 졸리단 말이야."
하고 투정을 부렸다.
"링고는 잠꾸러기야."
링고가 투덜거리자 조지는 웃으며 링고의 손목을 잡았고 그제야 링고는 조지를 보고
"조지?"
"왜?"
하고 되물었다가 아무렇지도않게 대답하는 조지의 목소리에 링고는 그제야 꿈이라는 걸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곳은 크리스마스 냄새가 물씬나는 어느 눈내리는 작은 초원이었는데 곳곳에 장식된 트리들이 전등으로 번쩍거렸고 아래에선 눈이 소복거렸는데 춥지도 않았다.
"빨리 가자! 폴도 방금 깨서 저기에 있어."
조지는 링고의 손목을 이끌며 손가락으로 다른 곳을 가르켰다. 링고와 조지는 그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엔 연기가나는 작은 집이 있었는데 그 앞에는 눈이쌓이지 않은 식탁과 의자가 있었고 그 옆에는 존과 폴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존?"
"링고."
링고가 존을 부르자 존이 환하게 웃으며 링고를 맞아주었다. 존또한 젊은 모습이었고 폴은 링고는 잠꾸러기라며 놀렸는데 폴 또한 젊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오랜만에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야기 내용은 시답지 않은 것들이다. 대부분 링고의 코라던가 조지의 사투리를 놀리는 것 같은 유치한 내용들이었는데도 넷 모두 즐거워서 낄낄거리며 웃었다.
"넷이 모였으니 오랜만에 한 번 해볼까?"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듯이 그들은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옆에 마련된 조그만 세트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링고는 드럼세트에 앉았고 존과 조지는 기타를 잡았고 폴은 베이스를 잡았다. 어느새 눈은 그치고 위에선 조명이 내려왔고 폴이 익숙한듯 카운트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 "
조지의 전주를 시작으로 곧 모두의 목소리가 그 곳을 가득 메웠다.
#
늦은 밤 폴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낸시는 편안한 옷을 입은 채로 집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코트를 걸친 채 얼굴이 발갛게 언 바바라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낸시. 오랜만이네요."
"오, 바바라 오랜만이에요."
"링고가 파티장에서 폴과 사라졌대서요. 정말 말도하지않고."
"위층 폴방에 있어요. 둘 다 잠들었나봐요. 매니져가 옮기느라 고생했어요."
낸시는 그렇게 말하며 바바라에게 위층을 이끌었고 바바라는 곧 옷도 벗지않은 채로 폴과 엉켜 잠들어있는 자신의 남편 링고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바라는 괘씸하다는 듯 링고의 코를 콱 쥐었고 링고는 곧 괴로운 듯 발버둥을 치며 일어났다. 그 반동으로 폴은 자신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쿵-하는 소리와 폴의 "아야야" 하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링고는 상황을 파악하고 허둥지둥 바바라에게 사과를 하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폴은 그 옆에서 하품을 쩍쩍 하며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둘은 서로 마주쳤다가 멋쩍은듯 뒷통수를 긁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러니까 술에 취해서...아 내가 링고를 놓지 않았지. 그래서 여기서 잔건가? 그리고...
그러다 폴은 퍼뜩 방금 꾸었던 꿈이 기억났다. 일어나니 존이 있었고 그리고 조지도 있었다. 곧 링고가 왔고 넷은 한참을 떠들다가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꼭 예전과 같았다. 폴은 링고에게도 그 꿈을 꾸었냐고 묻고싶었으나 스스로도 바보같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사실 링고와 단 둘만 있었다면 물었겠지만 앞에는 낸시랑 바바라도 있었고 그런걸 물었다간 당신은 아직도 꿈이랑 현실을 구분못한다면서 핀잔을 받을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깨고나서 남은 건 다시 처음만났을 때와 같은 서로에대한 정과 떠난이들에대한 그리움이었다. 낸시는 바바라에게 차를 권했고 넷은 거실에 모여앉아 차를 마셨는데 둘 모두 어색히 그냥 요즘 따로 하는 작업이나 콘서트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폴은 링고와 단 둘이 남게되면 꿈에대해 묻고싶었으나 타이밍이 오지 않았고 바바라가 곧 이제 너무 늦었으니 가본다고 이야기했다.
"만나서 반가웠어."
"그래 또 봐야지."
상투적인 인사가 오갔고 결국 폴은 링고에게 그 것에대해 묻지 못했다. 둘은 문 앞에 서서 다시 서로를 격하게 끌어안았고 서로의 뺨을 비볐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링고가 대답했다.
"그래, 우리 또 같이 연주하자."
폴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낸시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 크리스마스가 끝났음을 알리는 회중시계의 뎅뎅- 뎅뎅-하는 종소리가 열두번 울렸다. 종소리가 끝나고 낸시가 둘 다 취헀는데 연주도 했어요? 라고 물었지만 폴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엔 가끔 기적이 일어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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