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노엘]체인지2
오아시스
리암 갤러거 x 노엘 갤러거
B.
리암은 지금 자기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밟고있었다. 머리 속에 아까 들은 노엘의 울먹이는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 막....씨발...몰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도와줘. 리암 나 납치당한 거 같아. 지금 막 나왔어."
"씨발 그럼 경찰에 연락해야지 여기다가 전화하면 어떻게해."
"경찰에 연락하면 난리나잖아. 응? 너도 알잖아. 그냥 좀 데리러 와줘. 난 면허도 없잖아."
"아 젠장 어딘데.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지금 널 부르지 누굴 불러. 무서워서 네 생각 밖에 안났는데...."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였다. 어머니가 성화여서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하는 일상적 안부전화가아니라 그건 분명 자신을 부르는 노엘의 목소리이자 오랜만에 들은 노엘의 본심이었다. 네 생각이 났노라 말하는 노엘의 목소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리암은 엑셀을 밟는 내내 지금 이 상황이 꿈일까 아닐까 재어봤다. 노엘의 꿈을 꿨다. 꿈속에서 노엘은 자신을 달래줬고 일어나니 울고있었다. 그리고 그 울음을 그칠 새도 없이 절대 오지않을 노엘에게 전화가 왔다. 심지어 데리러 와달라는. 리암은 이게 꿈이 아니라도 노엘이 자신을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리암은 엑셀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속는다는 걸 알아도 리암은 노엘이 부른다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것이었다.
"뭐야, 씨발 여긴...."
그리고 마침내 노엘이 불러준 곳에 리암이 도착햇을 때 리암은 조금 허탈했다. 와본 적은 없지만 그 곳은 리암도 잘 아는 곳이었다. 그 곳은 노엘의 집 근처였다.
"뭐야, 엄마가 시키기라도 했나."
리암은 뒷통수를 벅벅 긁고 그럼그렇지 하고 내리면서도 오랜만에 노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사실 가슴이 좀 설렜다. 그리고 노엘이 불러준 곳으로 얼마 올라가지않아 리암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리암!"
노엘은 멀리서 빼꼼히 바깥 쪽을 보다가 리암을 발견하자마자 총총총 뛰어왔다. 노엘은 왠지 흰 시트를 둘둘 두르고있었는데 그 자락이 뛸 때마다 날려 꼭 망또가 팔락이는 것 같았다.
"씨발 왜이렇게 늦게왔어. 멍청아. 내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쩔거야."
".....어...."
리암은 저게 또 무슨 짓인가 싶어 노엘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보니 노엘은 심지어 맨발이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싶어 노엘에게 거기있으라고 소리치고 이번엔 리암이 다가갔다. 대체 뭘하는데 맨발로.....
"우리애?"
"너 왜이렇게 얼굴이 늙었어?"
리암은 노엘과 마주치자마자 몸을 잠시 굳혔다. 머리에 듬성듬성 나있던 흰머리와 눈가에 깊게 지던 주름이 사라지고 어느새 부엉이같은 그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엘은 팔을 뻗어 리암의 볼을 잡아 주욱 주욱 늘렸다. 대체 어제까진 안그랬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대체. 노엘은 잠시 자신이 오랫동안 납치되었고 약떄문에 정신이 없었나에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씨발 이게 뭐야."
노엘이 팔을 들자 시트 안으로 노엘의 피부가 언뜻 비춰보였다. 안은 맨 살이었다. 씨발 뭐야 이거. 리암은 생각하면서 시트를 여미기 위해 시트 끝을 잡았는데 그 안으로 붉은 반점같은게 비춰보였다. 처음엔 모기에 물렸나하고 잠시 생각했던 리암은 곧 그게 리암의 목덜미부터 아래까지 길게 늘어지고 거기에 이빨자욱까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이랬어!!!!"
"누구긴 네가 어제 그런거잖아! 치매라도 걸렸냐!!!"
리암은 시트를 확 젖히며 소리를 질렀다. 노엘은 졸지에 길거리에서(단 둘 뿐이어도) 알몸이되어 놀랐는지 몸을 파득거렸다가 시트를 다시뺏어서 몸에 꽁꽁 두르며 마주 소리쳤다. 리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라니 씨발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게 작년 올림픽인데."
"무슨소리야. 작년은 올림픽이 아니었어. 그리고 우린 올림픽에 안갔잖아. 이번 올림픽은 시드니에서 열렸다고."
"무슨소리야 시드니에서 올림픽이 열렸던건...."
2000년인데 리암은 그 말을 안으로 삼켰다.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되가고 있었다.
A.
"네가 우리애라고?"
리암은 아직도 멀리서 한손엔 베게를 들고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있었다. 다가오면 베게로 치겠다는 의도 같은데 안타깝게도 베게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노엘은 그런 리암을 힐끗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네가 8살 때까지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는 걸 알고있는 사람이지."
"씨발! 그걸 네가 어떻게알아!"
리암이 경기하듯 몸을 떨고 다시 으르렁거렸다. 그럼 그렇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노엘은 어깨를 으쓱하고 친절히 자신이 알고있는 리암의 치부들을 줄줄 읇어주었다.
"좋아, 그럼 네가 앞니가 빠졌을 때 나를 오엘 오엘 하고 따라다닌거나 네 첫 몽정 때 울면서 나한테 찾아온거나 처음 발기했을 때 꼬추가 아프다고 나한테와서 운 건 어때?"
"씨...발..."
"더할까? 그리고 네 첫 동정을 땐 상대가...."
"씨발 그만해! 믿을게! 믿으면 되잖아!!!"
리암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얼굴을 베게 뒤로 숨겼다. 어이구 이거봐라. 귀엽네. 그나저나 이거 정말 꿈은 아닌가. 노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볼을 죽죽 잡아당겼다. 볼은 여전히 아팠고 그리고 리암은 자신의 앞에서 여전히 젊은 상태였으며 팔아넘겨버린 이 집은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집이었다.
"그...그래서 네가 왜 여기에...."
"왜? 나도 노엘인데 뭐 문제있어?"
리암은 베게 뒤에 여전히 숨어서 얼굴만 쏙 내밀고 힐끔힐끔 나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현재의 나를 찾고있었다. 그러고보면 이 때 참 좋았지. 나도 리암도. 항상 누군가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했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이랑 비교하면 그 때가 나았다.
"그러니까 우리애는 어디가고 네가 왜 여기에...."
"글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젊은 자신만 찾고있는 리암을 보자 노엘은 기분이 상했다. 왠지는 몰라도 그랬다. 저렇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다는 것도 싫었고 자신임에도 리암이 자신을 앞에두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것도 싫었다.
"사실 네가 죽었거든. 그래서 나도 콱 죽어버리려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여기지 뭐야?"
그래서 노엘은 살짝 심술을 부렸다. 노엘이 능청스레 그렇게 말하자 리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모습을 보고 노엘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참 악질이었다.
"사실 농담이야."
노엘이 농담이라고 뱉자 리암은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노엘은 그런 리암을 보고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네가 죽었다는 것만 농담이야. 네가 날 두고 결혼해버렸어. 거기다가 애도 낳았다고. 결국 난 버림받아서..."
"씨발 말도안돼!!!"
그러자 이번엔 리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노엘은 혼신의 연기를(본인만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다해 울먹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리암이 말을 하는 걸 채 듣지않고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노엘은 그런 리암을 바라보았다. 리암은 자신이 소리를 질렀다는 걸 깨닫고 다시 입을 다물고 무언가 변명하려는 듯 입을 우물거렸다. 리암은 한참이나 할 말을 찾는 듯 우물거렸으나 들려오는 말은 없었다. 노엘은 그런 리암을 보다가 픽 하고 다시 웃음을 흘렸다.
"농담이야."
노엘은 이제 리암을 괴롭히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애초에 자신이 끝낸 관계였고 심술을 부려도 되는 건 자신이 아니었다. 노엘이 말을 철회하자 리암이 미심쩍은 눈으로 노엘을 바라보았다.
"정말 농담이야."
노엘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번 쌉싸르레하게 웃었다. 리암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곧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리암의 얼굴은 여전히 불신과 걱정이 섞여 묘한 얼굴이었다.
"그래, 그래서."
노엘은 그런 리암에게 안심하라는 듯 리암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알몸인 리암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살짝 윙크하고(실상 노엘은 윙크를 못해서 두 눈을 다 깜빡이고) 말했다.
"하던 중이야? 정말 안됐네. 나랑 대신 잘까?"
"씨발 너 우리애아니지!"
리암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베게 뒤로 숨더니 그대로 벽에 탁 붙어서 집게걸음으로 가다가 문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찾는 "우리애!!!우리애 어딨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엘은 그 모습이 웃겨서 푸하하 웃으며 배를 잡았다
누군가 본다면 오랜만에 본 동생에게 그러고 싶냐고 물을지도 몰랐지만 노엘은 그에 대답할 말이 많았다. 뭐 그 대답들 중 하나는 아무튼 몇년이 지나도 동생을 놀리는 건 형의 몫이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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