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노엘] 타이밍 1
리암 갤러거 x 노엘 갤러거
유아퇴행소재 주의
돌이켜보면 그 사고는 신이 리암에게 장난치듯 선물로 준 짧은 백일몽과 같은 것이었다.
"형,형. 노엘-우리애."
"으으응-저리가아아아."
리암은 밤늦게야 겨우겨우 집으로 들어왔다. 그저 시키는대로 노래하고 또 노래하면 됐을 뿐인 예전과는 달리 지금 리암의 업무량은 지나치게 많았다. 아니 지나치다는 말을 여기에 쓰는 건 좀 이상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리암이 하는 일은 겨우 노엘이 하던 일의 오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노엘이 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후 그 일의 절반은 겜이 나머지는 리암과 앤디가 20%쯤 그리고 크리스가 10%를 가져갔다. 사실 리암은 처음에 그 일을 우습게 여겼다. 기껏해야 노엘 혼자 해내던 것을 자신이 해내지 못할 건 없다고 여겼던 리암이었지만 그 판단이 무색하게도 리암은 아침일찍나가서 밤 늦게까지 전화기와 씨름하고 싸인을 하고 또하며 결제를 하고 또하고를 반복해야했다. 아무리 일이 처음이라 서툴다고해도 한사람이 감당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잠자는 시간만 뺴면 뭘 그리 바쁜척을 하면서 밀어내더니 진짜로 바쁘긴 바빴나보다 하며 리암은 과거에 노엘이 바쁘다며 자신을 밀어낼 떄마다 잔뜩 뿔이 나 주변에 쿵쿵거리며 시비를 걸고 다니던 것이 '조금은' 미안할 지경이었다.
"노엘. 그러지 말고 얼굴 좀 보여 줘. 응? 나 지금 12시간도 넘게 있다가 온 거잖아."
리암은 침대에서 등을돌려 색색거리며 자고있던 노엘의 뒤에서 노엘을 끌어안고 볼록 튀어나온 노엘의 배를 쓰다듬으며 어리광을 부리듯 말했다. 집안에서 자고있던 따끈따끈히 몸이 데워진 노엘은 체온이 밖에 있다 들어와 여즉 차가운 기운이 남은 리암이 자신을 안자 잠이 깼는지 칭얼거리며 리암을 밀어냈는데 그럴 수록 리암은 더더욱 노엘에게 바짝 붙어 노엘의 뒷통수부터 뒷목까지 쪽쪽거리며 노엘에게 부벼댔다. 노엘은 싫다는 듯 몸을 바르작댔지만 굳이 리암이 그러는 것을 밀쳐내거나 하지까진 않았고 리암은 그런 노엘에게 틈도없이 밀착하며 노엘을 품에 가득 담았다.
"우리애, 우리애. 응?"
리암이 계속해서 칭얼거리자 노엘은 볼을 부루퉁히 부풀리면서도 결국 리암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미 꽤 불러온 배덕분에 움직이기 꽤 힘들어보였지만 리암이 노엘의 허리 뒤에 손을 넣어 자신 쪽으로 돌려주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노엘은 아직 졸음이 남았는지 느리게 눈을 꿈뻑꿈뻑거리는 노엘의 얼굴에 키스를 퍼붓고는 고개를 숙여 볼록히 나온배에도 키스했다. 그 안에는 여즉이 되도록 믿어지지않는 자신과 노엘의 아이가 있었다.
"행복하다."
리암은 그렇게 속삭이며 눈을 감았다. 분명 집에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끈덕지게 남아있던 모든 무거운 것들이 날아가는 것같았다. 그래 씨발 우리애만 이상태로 있어준다면 그런 일같은거 천년만년도 하지. 우리애만 이렇게 있어준다면.
"계속 예쁘게 이렇게 있어줘. 노엘"
사고가 나던 날 낮에 둘은 또 싸웠다. 아니 싸우기만 했다면 그냥 다른 날과 같았겠지만 그날은 유난히도 심하게 싸웠다. 주먹질이 오갔고 노엘은 리암이 휘두른 주먹에 입안이 찢겼고 리암은 노엘의 발에 채여 허벅지에 커다란 멍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말리고 나서도 진정이 되지않아서 리암은 씩씩거리며 달려들려고 했고 노엘은 지친듯한 표정으로 손을 털고 있었다.
아, 그 표정이다. 정말 질린다는 표정. 리암은 그리고 또 상처받았다. 사실 이유는 알고있었다. 노엘도 지치겠지. 나라도 지칠거야. 동생의 이유없는 반항과 짜증. 납득할수없는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내는 화. 그렇지만 리암은 그 것 외에 표현할 방법을 몰랐다. 자신의 안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노엘을 안고싶었다. 사랑을 속삭이고싶었고 다정히 굴고 노엘이 자신에게 웃어주었으면 했다. 그렇지만 노엘은 자신에게 그러지 않았다. 항상 다른사람에게만 웃어주는 노엘이 밉고 또 서러워서 화를 내고 또 내고 쏟아내고 쏟아내도 결국 그 감정은 끝이 없어서 계속해서 노엘에게 화를 내고. 넌 그렇게 항상 지친다는 표정을 하고.
리암은 정말 미칠거같았다. 이런 감정을 가진 자신이. 그리고 몰라주는 노엘이. 야속하고 괴롭고 또 죽어버릴 것 같았는데 그게 자신의 일방적인 땡깡이라는 걸 알고있어서 더 그랬다. 리암은 거의 한계에 달해있었다. 점점 노엘과 싸우는 주기가 짧아지고 지금만해도 노엘이 겜에게 웃어주는 걸 보고 화가나 노엘의 어깨를 밀며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리암은 이게 전부 노엘의 탓인 것만 같았다. 노엘이 자신의 앞에 있으니까 노엘이 나에게 웃어주지 않으니까. 노엘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주지 않으니까. 나는 너때문에 죽을 것 같은데.
"씨발 너같은 거...너같은 거....."
리암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리암은 울먹이며 입을 열었는데 노엘은 그만듣고싶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노엘의 뒷모습이 보였더. 노엘의 뒷모습은 노엘의 키만큼 작았지만 리암에겐 너무 큰 존재감이었다. 노엘이 등을 돌렸다. 자신에게. 듣고싶지도 않다는 듯이.
"너같은거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씨발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음 좋겠다고!!!!차라리 태어나지 말지 그랬어!!!!!!"
그리고 리암은 자신을 잡고있던 스탭을 바닥으로 밀치고 뛰었다. 앞도 보지않고 뛰었다. 눈물이 줄줄 흘렸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뛰고 또 뛰었다. 심장은 터질것처럼 쿵쾅쿵쾅 뛰었는데 리암은 차라리 이대로 심장이 터져 죽어버렸으면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랐다. 리암이 멈췄을 때는 공연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리암은 그 날 더이상 노엘을 볼 자신이 없었다. 리암은 그대로 길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들 중 호텔까지 따라올만한 여자를 잡고 그대로 근처 싸구려 모텔에 들어가 이름모를 여자에게 자신을 묻었다.
노엘이 리암을 찾아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시각이었다.
리암이 노엘의 사고를 안 건 아주 늦은 시간이었다. 리암은 여자를 안고 모텔안에있던 냉장고를 열어 마시고 또 마셔 술에취해 잠들었다. 밖에서 쿵쿵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지만 리암은 전부 무시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난 리암은 그제야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샤워를 했다. 아 우리애 화났겠지. 그래도 분명 리암이 칭얼거리듯 달라붙거나 하면 결국은 모르는 척 무심하게 빨리 노래나 하라며 이마를 밀게 분명했다. 노엘은 그리 그걸 붙잡고 있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리암은 이미 연습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자신이 오지않아 모두 돌아갔는지 알아보기위해 핸드폰을 찾았다가 곧 자신이 핸드폰을 두고왔다는 걸 기억해냈다. 아 그래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두고왔지. 프론트에서 전화나 빌려야겠다. 리암은 그렇게 생각하며 여즉 젖은 머리를 대충 털고 티비를 켰다.
리암은 뛰쳐나왔던 그 날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것처럼 쿵쿵 거렸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리암은 병원 앞에 도착하고나서야 택시를 타거나 매니저를 불렀으면 훨씬 빨랐을거란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런 것따위는 기억도 나지 않을정도였다. 리암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병원 문을 밀었고 문을 열자마자 대기하고있던 기자들에의해 번쩍번쩍 플레시가 터졌다. 리암은 바보같은 모습으로 덜덜 떨며
"형은...형은...."
하고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않았고 리암을 구경하기 바빴고 리암은 그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모두 다 거짓말같았다. 하얗게 펑펑 터지는 이 플레시들도 자신을 향해있는 시선도. 그 누구도 다급하거나 하지않았고 그냥 평소 길을 가거나 신곡을 발표하거나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너같은거 없어져버렸음 좋겠어!!!하고 소리지르던 자신의 목소리가 빙빙 멤돌고 뉴스에서 보았던 노엘이 구급실에 실려가는 모습이 오버랩되어져 보였다.
리암은 그대로 기절했다.
리암이 눈을 떴을 때는 하얀 병원천장과 울고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리암은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를 보며 무어라 말을 하려고 헀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잠시 멍하니 있었다. 엄마가 왜여깄지? 여기가 어디야. 리암은 잠깐 자신이 술에취해 사고를쳐서 쓰러졌다고 생각했지만 곧 자신이 왜 여기와있는지 기억해냈다.
"엄마...형은? 형은..."
리암은 멍하니 물었다. 엄마가 여기있는거보니 괜찮은건가? 폴형은 어디있지? 우리애는 화가 많이났을까. 여러 생각들이 빙빙 돌아 머리 속을 돌아다녔다. 어머니는 대답없이 울기만 했고 리암은 그런 어머니를 달래지도 못한 채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 폴이 와서야 노엘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었다.
리암이 병실 안에 들어갔을 때 안은 조용하게 가습기가 돌아가는 쉭쉭거리는 소리만 났다. 노엘의 침대가 다섯걸음쯤 앞에 있었는데 리암은 그거리가 굉장히 멀어보였다. 리암은 천천히 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마치 발에 철근이라도 단양 한걸음이 무거웠다. 리암은 손안에 땀이차는 걸 느끼고 바지에 비벼닦으며 다시한 번 한발자욱을 내딛었다. 습습-거리는 가습기 소리가 나고 호흡이 가빠졌다.
겨우 다섯걸음을 내딛은 앞에 노엘이 눈을 감고 있었다. 색색 거리고 숨을 내뱉는 노엘의 표정은 평안하기만 해서 리암은 그냥 모두들 자기에게 장난을 치는 거라고 여겨질 지경이었다. 노엘은 이마에 하고있는 붕대만 아니라면 그냥 자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엘?"
리암은 천천히 노엘의 이름을 불렀다. 노엘이름을 이렇게 발음했던가? 그걸 발음하는 입안의 혀나 바람빠짐 모든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리암은 갑자기 노엘이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제목을 조르고 네가 없어지라며!!!하고 외칠것만 같아 두려워졌다. 사고가 나는 순간 노엘은 그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까 대체 왜 날 찾으러간거야. 나같은 새끼 그냥 내버려 두지. 리암은 노엘이 눈을뜨기 전에 이자리에서 도망치고싶어졌다.
"음-."
리암이 다시 한 번 노엘을 부를까 생각하는 사이 노엘이 앓는 소리를 내더니 눈을 천천히 떳다. 리암은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머리 속에 분명 할말이 정리되있었는데 그 모든게 누가 갑자기 한곳에 뭉쳐넣은듯 빙글빙글 꼬여갔고 리암이 입을 열기도 전에 노엘이 파란 눈동자가 보였다.
"노엘 그러니까...나는 내 말은."
노엘의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리암은 다시 사라져버리라고 외치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게 뭐지? 아 죄책감이구나. 리암은 자신의 심장을 꾹꾹 누르다못해 터트려버릴 것 같은 그 무게에 눌려 말도 제대로 하지못하고 헉헉거렸다. 노엘 그러니까 난 그말은 내말은 그 말만이 리암의 입안에서 맴돌고 또맴돌았다.
"리암."
노엘은 그렇게 한참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리암을 보다가 그모습이 우스웠는지 리암의 이름을 부르며 그냥 웃어버렸다. 노엘이 웃었다. 리암의 소원대로 리암을 보며 눈꼬리가 휘게 정말 예쁘게 웃었다. 리암은 그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노엘은 웃고있었고 그건 리암이 언젠가 바라던 거였다. 뚝뚝 하고 노엘의 사고소식에도 노엘의 상태를 듣고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그제야 흘러넘쳤다.
"왜 울어. 리암?"
리암이 울기 시작하자 노엘은 깜짝 놀란듯 손을 뻗어 리암의 뺨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노엘은 제가 울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노엘의 손이 리암의 뺨에 닿고있었다. 그것 역시 리암의 소원이었다.
"미안해 형...미안해...미안해...내가 잘못했어. 형."
"왜울어 울지마. 리아암-."
리암은 엉엉 울자 노엘은 저또한 울며 리암을 끌어안았다. 노엘의 작은 몸은 리암을 안는다기보다 안기는 것에 가까웠고 리암은 그런 노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토해냈다. 자존심 강한 노엘이 우는 걸 본건 아주 어린시절 이후로 처음이었고 리암은 그 것에 절망했다. 다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제가 망가트린 것만 같았다. 제가 이렇게 바라서. 차라리 노엘이 없었으면 편했을까 라고 생각해서 사고가 났고 노엘이 자신을 안아주었으면 해서 노엘이 이렇게 된 것만 같았다.
리암은 노엘의 등을 끌어안았다. 품안에 노엘이 가득 들어와 안겼고 그게 서러워 리암은 더더욱 크게 울었다. 모든게 리암이 바라던 것이었다. 리암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졌다. 최악의 방식으로.
'사고 휴우증이 커. 유아퇴행인거 같대. 기억은 그대로인데 지능이 굉장히 어려졌어.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대. 아마 평생 저렇게 살아야 할지도 몰라.....'
큰형이 말해주었던 이야기가 계속해서 리암의 머리에서 울렸다. 노엘이 망가졌다. 자신을 보고 지친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노엘은 여기 없었다.
노엘은 여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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