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노엘] 모지리 1
오아시스
리암 갤러거 x 노엘 갤러거
유아퇴행주의.
"리아암...."
훌쩍훌쩍거리는 코먹는 소리가 났다. 칭얼거리는 울음소리, 그 소리는 짜증을 유발했다. 겜과 앤디가 신신당부를 해서 잠그지못한 내 방문은 손잡이만 돌리면 금새 시끄러운 쇠소리를 내며 열렸고 나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응석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라 내가 자는 걸 알면 그냥 갈까 해서 모른 척 눈을 뜨지 않았다.
'가라, 가라. 제발 가라.'
눈을 감고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지만 내 애원이 무색하게도 내 침대 메트릭스는 누군가의 무게로 흔들렸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짚은 채 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리아아암-"
"뭔데."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결국 짜증을 내며 일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맨 처음에 보인 건 하얀 다리였다. 헐렁한 파자마가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려 뒤로 돌면 엉덩이아래선이 살짝 삐져나온게 보이는 상태인 그 모습은 시발 어디 잡지에라도 실리면 필시 수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지를만한 모양새였으나(심지어 약 세달전만해도 나조차 그랬을 것이었다.) 그 모습은 내게 불쾌감만을 유발할 뿐이었고 나는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바지 안입으면 감기걸린다고했잖아. 팬티는 또 어쩐거야."
"힝...그치만 오줌쌌는걸."
"어디에 쌌어."
"침대에....."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린내를 풍기며 젖어있을 노엘의 방을 상상했고 곧바로 그 것을 치워버리고 메트리스를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침대를 바꿔야지. 그 침대는 당장 내다버리고.
"좋아, 오늘은 같이자야겠군."
나는 반쯤 항복하듯 옆으로 몸을 비키며 이불을 들췄고 곧 노엘은 히히거리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자려했으나 노엘은 찡얼찡얼 나에게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했고 결국 나는 노엘의 배를 토닥이며 겨우겨우 졸린 머리를 굴려 내가 아는 노래 중 그나마 자장가일 만한 노래를 겨우겨우 찾아 흥얼거려주었다. 존 레논의 뷰티풀 보이였다.
"잘자 우리애."
노엘은 그렇게 인사했으나 한참동안을 잠들지 못하고 내 품안에서 뒤척였다. 노엘이 잠이 든 것은 내가 노래를 다섯 번이나 반복해 불러준 후였다. 나는 노엘의 머리를 쓸어주었고 그의 이마에 습관처럼 짧게 키스를 떨어트렸다.
"잘자 ,우리애."
#
나는 노엘에게 버림받았었다. 사람들은 우리사이가 이러쿵 저러쿵 내가 먼저 그의 기타를 부쉈느니 어쩌니 이야기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버림받은 것은 나였다. 버젓히 내가 있는데 혼자 솔로앨범을 준비하던 것도 그였고 오아시스를 돌연 뛰쳐나간 것도 그였으며 보란듯이 솔로앨범으로 성공을 거둔 것도 그였다. 노엘은 오아시스를 나가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받았고 멋진 곡들을 발표해냈고 나는 그 것을 손가락을 빨며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씨팔 오아시스는 절대 해체 안할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사이 노엘은 매니져한테 편지를 대필시켜가며 사과문을 전하고 혼자 끝을 맺었다. 노엘은 돌아오라는 내 말에 어떠한 언질조차 주지 않았으며 나에게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이 씨발 새끼야 왜 자꾸 전화 끊어, 집 앞이야. 얼굴보고 말로 해 제발."
"전화걸지마."
"아 우리애, 형. 진짜.... 나한테 화난거야? 제발."
"전화하지말라고, 몇 번을 말해? 우린 끝났어."
"아 제발, 왜그러는데. 응? 진짜 생리해?? 내가 잘못했다고 하잖아. 정말 이럴거야?"
"피해자 인양 굴지마!!!! 씨발 네가 그랬잖아. 존나 어차피 너랑 난 옛날에 끝났고 난 별볼 일 없다고."
"우리애....노엘....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응?"
"사실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가 그랬잖아 씨발!!! 너는 그래 옛날부터 그랬어. 무대에서나 나한테 살갑게 굴지 언제 한 번 나한테 제대로 군 적이나 있어? 우리애 좋아하시네. 한 번이라도 날 형 취급이나 한 적 있냐고!!!!! 넌 항상 그런 식이지. 내가 발 동동 구르는 건 생각도 안하고 갑자기 나타나서 나 무대 안올라가 라고 얘기하거나 녹음에 나타나지도 않고 그 뒷수습은 항상 내 몫이고!!!! 그런데 한 번 고마워 하기는 커녕 남 무시하고 병신취급이나하고!!!! 사람 바보처럼 만들고 씨발....나는...나는 너때문에...."
노엘은 분에 찬 듯 씩씩거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그 소리는 곧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전화기 너머로 그런 말 해놓고....잘도...뻔뻔하게...하는 목메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에 해체 얼마 전 공항에서 보았던 노엘의 우는 모습이 생각났다. 우리는 사이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서 비행기도 따로 탈 지경이었는데 그 떄 내가 노엘에게 화를 냈었다. 이유는, 이유는 그래. 별 시답지도않은 인터뷰 때문이었는데 난 거기에 너무 화가나 노엘에게 할 말 못할 말 전부 퍼부었고 노엘은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그 빌어먹을 프라이드 높으신 치프께서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차마 나는 사과하지 못했고 안절부절하면서도 사과하고 싶지않아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었다. 그래 그정도로 우리사이는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사실 해체는 어쩌면 예고된 일일지도 몰랐다.
"우리애, 내가 다 해명할게. 그럴 수 있어. 제발. 나는...나는 그냥 네가 솔로 준비를 한다고 해서 화가나서 그랬어. 네 노래는 나만 부르게 해준 다고 했잖아. 응? 우리애. 제발 내 말좀 들어봐."
"네 그 이중인격같은 변명에는 질렸어. 이제 내가 네 전화받는 일은 없을 거다. 이디엇."
"잠깐, 노ㅇ-"
그 전화가 나랑 노엘의 마지막 통화였다.
그래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우린 정말 건드리면 폭팔할 화산같은 상태였고 그 것을 알고있었다. 그런데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기가 두려웠다. 어차피 한 번 돌아온 전적이 있으니 어쩌면 노엘이 돌아올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기다렸지만 노엘은 그 것을 끝으로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며칠을 노엘의 집 앞에서 밤을 새도 나에게 들려오는 건 파파라치들의 플래쉬 세례 뿐이었다.
정말 끝이었다.
나는 그 것에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났고 보란 듯이 앤디와 겜, 그리고 크리스를 데리고 밴드를 다시 만들었다. 그러자 나를 빼고 모두에게 밴드를 제안할 생각이었던 노엘은 더더욱 뿔이 났다. 우린 유치한 신경전을 하며 서로를 헐뜯고 싸웠고 정말 화가 많이 났는지 우리 외에 타인은 건들이지 않는 불문율을 깨고 노엘은 심지어 앤디에게까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노엘은 내가 거짓말을 치며 공연을 하지않으려 했다고 나를 헐뜯었고 나는 노엘을 고소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노엘에게 보란 듯이 먼저 앨범을 냈는데 사실 그 흥행은 꽤나 부진했다. 평론가들은 우리를 마구 까내렸고 사실 그게 정말 노엘이 없으면 안된다는 소리인 것 같아 난 또 더 서러웠다. 노엘은 우리가 앨범을 내도 전혀 개의치않게 천천히 작업을 하여 반녀이 더 되는 시간이 되서야 앨범을 냈는데 사람들은 노엘과 우리 밴드를 경쟁붙였으나 장르가 달랐기 때문에 무산되었다. 한가지 내가 억울했던 건 노엘은 우리의 몇배가 되는 앨범 판매수량을 가졌고 나는 그것에대해 심정이 어떠냐는 인터뷰어의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애초에 이럴 수 밖에 없는 장르잖아. 우리가 추구했던게 그거고! 전통 락 말이야!"
겜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두드렸으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평론가들의 말이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녔고 노엘에 비해 한참 떨어진 앨범 수가 신경쓰였다. 평론가들은 노엘도 깍아 내렸으나 노엘은 씨발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고 다녔고 거기에 우리의 자리는 없었다. 솔직히 점점 자신이 없었졌고 우울해졌다.
노엘의 앨범을 들었다. 오아시스 시절에 썼다던 곡들이 뭔지는 몰랐으나 나를 버리고 썼을(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런) 그 노래들이 너무 좋아서 나는 더더욱 우울해졌고 여전히 사랑받는 듯 많은 러브 콜들을 받는 노엘을 보며 속이 쓰렸다. 그렇다고 우리 측이 일이 없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오아시스의 프론트맨은 나였고 노엘은 싱어송라이터로서면 모를까 기타리스트로선 정말이지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으므로 팬층이 대다수 넘겨온 쪽은 우리였으니 우리 일거리가 떨어지거나 사랑받지 못할 일은 없었다. 한물 갔다는 소리야 들을지 몰라도 그건 노엘도 똑같았다. 그러나 노엘은 새로운 팬층을 확보했고 점점 우리는 정말 확연히 갈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우리의 음악적 성향은 너무 많이 갈려서 이젠 정말 와 씨발 재결합이고 나발이고 하려고해도 할 수 조차 없게되었을 때 즘에서야 나는 재결합에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노엘은 더 예전부터 그랬으나 그래도 난 노엘이 재결합을 하자면 그래 까짓꺼 그러지 뭐 하자고 할거다 라고 대답할거라며 은근슬쩍 노엘에게 내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했는데 노엘은 무슨 철판을 둘러 바늘하나 안들어 갈 것처럼 '우린 비즈니스 적으로 전부 끝났다.' 라고 하고다니는 거였다. 그럼 난 또 서러워져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내가 우린 재결합을 절대 하지않을거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하자 오아시스의 팬들은 꿈도 희망도 전부 버렸는지 그래 그냥 음악만 그만두지말라며 한숨을 쉬곤했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그들에게 제발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하고싶었다. 나는 몰라도 팬들이 부탁하면 혹시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내 바보같은 바람이었다. 제발 포기하지마. 노엘한테 재결합하자고 좀 졸라줘. 나대신 씨발 제발 졸라달란 말이야. 나는 그 소리를 삼키고 삼키며 노엘을 비웃는 말을을 하고 그를 깍아내렸고 노엘은 그에 응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 질문의 답은 비디아이의 멋진 프론트맨이야."
노엘은 가끔 무슨 생각인지 그런 소리를 하곤 했다. 아니 사실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만 아니면 노엘은 나를 그닥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 음악을 말할때도 아마추어들이아니라며 잘하겠지 라고 말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 소리가 너무 서러웠다. 씨발 버릴거면 그냥 정말 여지조차 주지 말던가. 나는 그런 인터뷰를 보고나면 또 노엘이 그리워 견딜 수 없었고 베게를 끌어안고 울었다. 나를 버렸으면서 왜 저렇게 다정하게 구는거야. 씨발 나를 병신이라고 하란말이야. 쓸모없다고 나는 병신이라고.
"노엘...우리애..."
나는 목이 상할까봐 크게 소리내어 울지조차 못했다. 나는 목을 관리해야했고 그 결과 공연에서조차 제대로 큰 소리로 노래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 엠프의 소리를 낮췄는데 나는 그 때마다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내 머리 까지 아니 내 영혼까지 징-하고 울려줄 그런 커다란 소리가 필요했다. 마음 껏 지를 수 있던 예전의 무대가 그리웠고 사실대로 말하면 예전처럼 다 때려치고 무대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내가 그러면 내 뒤를 대신 이어받아 줄 사람이 없었고 그 것을 처리해줄 사람이 없었다.
노엘의 빈자리는 너무 컸고 내가 감당해야 할 건 너무 많아졌다. 막상 그게 내 어깨에 놓이고 보니 그제야 노엘의 어깨에 놓였을 무게가 약간은 실감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많은 부분을 겜과 앤디에게 맡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게가 정확히 얼만큼인지는 알 수 없었고 막연히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냥 그래, 노엘도 힘들었겠구나
"노엘....노엘...."
그리고 또 노엘이 그리웠다. 공연장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며 우리애라고 외치고 울고 싶었다. 그럼 노엘이 내 곁으로 돌아올 것 같았고 그럼 다 괜찮을 것 같았다. 내 등에 커다란 날개가 돋아서 노엘에게 날아가고싶었다. 노엘이 그리웠고 노엘이 재결합에대해 말하면 상처받았고 노엘이 나에대해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를 하면 기대를 가졌다. 재결합을 원하는 대중들의 목소리는 곧 내 목소리였다. 실현되지 않을 꿈임에도 그랬다.
나를 버린 노엘이 너무 미웠다. 그래도 노엘이 다시 나를 데려가지않을까 기대했다. 노엘이 사랑받는 걸 보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질투했다. 노엘은 이제 너무 멀리있는 것 같았고 나보다 높히 있는 것 같았다. 무대에 오르는게 힘들었고 목소리는 이제 많이 나아졌으나 크기가 여전히 예전같지 못했다. 그런데 대관절 같이 마약을하고 같이 담배를 했는데 노엘은 더 성량이 좋아지고 음성이 풍부해졌다. 그 걸 깨달을 때마다 노엘은 여전히 사랑받고 나는 쓰레기같이 느껴졌다.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 이젠 사람들이 모두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고 내 팬이라는 사람들도 사실 나를 비웃는게 아닐까 마음을 졸였다. 그러면서도 노엘은 항상 찬양을 받을 것만 같았다. 나는 점점 추락하고 노엘은 점점 높은 곳을 향해 가는 것 같았다.
노엘은 이제 닿을 수 없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제 노엘이랑 같이 있으려면 노엘을 그 높은 곳에서 이 진창까지 밀어버려서 굴러떨어뜨려야 한다고. 아주 이 진창에 빠트려서 다시는 나올 수 없게 이 깊은 곳에 쳐박고 쳐박아 내 곁에두고싶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
"씨발!!! 우리얘 어딨어!!!어딨냐고!!!!!"
나는 의사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겜과 앤디가 옆에서 나를 말렸는데 그런 건 들리지도 않아서 나는 의사를 바닥에 밀다싶이 해버렸다. 여기까지 찾아온 파파라치들이 나를 찍어댔고
"골치야, 내일 가쉽지에 망나니 타이틀을 붙고 다시 등장하겠군. 그렇게 예전이 그리워?"
하고 머리를 짚는 겜의 비꼬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 간호사가 잔뜩 흥분한 내가 무서웠는지 덜덜 떨며 노엘이 있는 병실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 길로 마구 뛰쳐들어갔다. 거기엔 호흡기를 찬 채 눈을 감고있는 노엘이 보였다. 해체를 하고 마주보는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삐-삐-삐-하고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과 흡-흡-하고 숨을 들이마쉬는 소리가 들렸다. 곁에는 울고있는 어머니와 폴형이 보였다. 나는 재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겨우겨우 내가 내뱉은건
"엄...마...."
하고 형편없이 엄마를 부르는 일 뿐이었다. 엄마는 내가 부르자마자 내 품에 달려들어와 엉엉 크게 우셨다. 나는 어머니를 달래들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내 눈은 누워있는 우리애에게만 고정되어서 눈도 제대로 깜빡일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노엘은 저런대 누워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당당히 남들을 내려봐야했다. 노엘은 그래야했다. 왜냐하면 노엘은 노엘이었으니까. 저렇게 누워있으면 안됐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고 머릿 속이 혼미해졌다. 생각이 끊겼다 이어졌다를 뚝-뚝하며 반복되었다.
"우리애...."
폴형이 다가와 울고있는 어머니를 품에안고 저도 울었고 나는 천천히 우리애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갈 때마다 호흡기에 취이이-하고 숨을 쉬는 소리와 뚜-뚜-뚜-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그 소리가 점점 나를 압박해오는 것 같았다. 나를 무겁게 짖누르고 날 삼켜버릴 것 같았다. 나는 당장이라도 토할듯 울렁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우리애에게 다가가 다시 우리애를 불렀다.
"우리애."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씨발 어떻게된거야. 왜 이런 꼴로 누워있는거야? 얼굴 곳 곳에 커다란 거즈를 붙이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노엘은 노엘이 아닌 것 같았다. 노엘은 정말 작고 초라해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내가 빌었던 소원을 기억해냈다. 노엘은 밑바닥 아래로 끌어내려 달라던. 그러자 이 모든게 전부 내 책임인 것만 같았다. 다 내 욕심 때문에 내가 노엘이랑 같이있고 싶어해서....
"우리애, 내가 잘못했어...눈 좀 떠봐."
눈물은 기어코 내 눈가에서 흘러넘쳐 내 턱으로 흘러내려 뚝뚝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창피한줄도 모르고 그렇게 울며 링거가 꽃혀있는 노엘의 손을 잡고 거기에 볼을 비볐다. 그러자 노엘의 손이 내 뺨을 감쌌다.
"어?"
나는 너무 놀라 다시 눈을감고 침대에 누워있어야할 노엘을 쳐다봤고 노엘의 파란 눈이 거짓말처럼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
노엘은 큰 교통사고가 나 수술이 끝나고 혼수상태가된지 채 다섯 시간도 되지않아 깨어났다. 사람들은 형제간의 기적이라며 내 사진을 마구 찍어댔는데 나는 얼떨떨해서 아무 말도 하지못했다. 씨발 나는 노엘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지금 의식이없다는 소리를 듣고 미친듯이 달려와 막 울려고했는데 노엘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정말 별로 슬퍼할 새도 없었다. 노엘은 깨어나자마자 이런저런 검사들을 받았지만 정상 판단을 받았다.
"이거 먹을래."
단 한가지 지능면만 뺴고 말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노엘은 지금 유아퇴행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고 이건 외상문제가 아닌 외상후스트레스같은 정신적 질환이며 언제 괜찮아질지 알 수 없다고했다.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나 나는 의사의 귀찮은 그 말들을 전부 설렁설렁 넘겼다. 그 이유는 아까부터 초콜릿을 손에 들고 내 품에 착 달라붙어있는 노엘 때문이었다.
"응응, 먹어. 먹어. 내가 백개 사다줄게."
나는 노엘을 내 무릎에 올려놓고 허리를 안고 등에 얼굴을 묻으며 실실 쪼갰다. 노엘이 나를 보고 화도 내지않고 오히려 웃어주었다. 노엘이 웃는 걸 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않아 내 얼굴도 저절로 풀어졌다. 노엘의 등에 기대어있자 정말 아무런 걱정도 우울감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옛날부터 형의 등은 그랬다. 나를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주고 모든 걸 해결해주었다. 노엘의 등은 만능 해결사였다. 토마스로부터도 나를 지켜주었고 내가 돈이없어 아이들이 과자를 손에 든 것을 보며 손가락을 빨고있을 떄도 형은 어디서 구한지 모를 돈으로 나에게 과자를 안겨주었다. 나를 성공시켜주었고 멤버들이 탈퇴해 어떻게하지 어떻게하지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이 널찍한 등이 다 해결해주었다. 여기 기대있으면 밴드 일 같은건 신경쓰지않아도 됐다. 그러니까 의사 말이 들어올리 없었다. 시발 그걸 듣는건 내 일이 아니야. 형이 여기있는데 내가 왜 저걸 들어야 해.
나는 노엘을 품에 안고 놓을 생각을 하지않았고 노엘의 볼이나 뒷목에 몇 번이나 입술을 부벼댔다. 당연히 그 모습은 전부 파파라치에 찍혀나갔는데 나는 그딴 거 다 신경안썼다. 필요하면 알아서 막고 아니면 말겠지. 나는 정말 오랜만에 내 세상을 만난 것 같았고 마음 껏 어리광을 부렸다.
그리고 노엘의 거처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자신이 데려가겠다고했으나 너무 나이가 드셨다며 폴형이 반대했고 폴형은 아이와 아내를 책임진 가장이므로 힘들다고 말했다. 형과 어머니는 나를 힐끗보다가 그래 그럼 비싼 요양시설을 알아보는게 낫게다. 아니면 간병인이나 하고 말했는데 나는 그에 펄펄 뛰며
"왜! 내가 있잖아! 나! 나 이 번에 투어도 끝났고 한가해! 내가 형이랑 있을래!"
하고 내 주장을 강력히 어필했다. 형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어머니는 너희들이 보기좋다며 노엘이 어린시절 나를 얼마나 많이 돌봐줬는지 이야기했고 그래 너희끼리 싸우니 마음이 안좋더라. 같이 지내고 그럼 낫겠지. 그러면서 오랜만에 보기 좋다고 호호 웃으셨다. 어머니가 말을 안해도 형이 내 손을 잡고 이리저리 데려가던 일들은 아직도 내 머릿 속에 선명했으므로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고 우리애는 내가 데려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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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을 우리 집으로 데려가는 날 나는 신이나서 꽃단장을 했다. 노엘이 쓸 방을 노엘이 좋아하는 따뜻한 색에맞춰 사람을불러 정리하고 가구들을 싹 새로사고 요크셔티도사고 우유도 사고 하느라 노엘을 찾아온 것은 첫 날을 빼고 퇴원하는 오늘이 두 번 째였다. 우리애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내가 집을 꾸민걸 보며 우리애도 감탄할거란 생각이 들어 나는 신이 났다.
내가 노엘을 집으로 데려가자 노엘은 불안하다는 듯 고개를 뚤래뚤래 저어대며 주변을 보았다. 나는 말이 없는 노엘에게 여전히 신이 나서 말을 걸어댔다.
"우리애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응? 아니면 내가 기타 가져다줄까? 우리 노래할래? 네가 쓰더 거랑 똑같은 거 사놨어. 튜닝도 해놨고 엠프도 있어! 끝내주지?"
나는 노엘에게 칭찬받고싶어서 펄쩍펄쩍 뛰며 말했지만 노엘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나를 외면했다. 나는 조금 무안해져서 큼큼 목을 가다듬었는데 노엘은 총총 소파 쪽으로 가며
"티비볼래."
하고 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노려이 부정당한거같아 속상해졌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주겠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 저번에 결승전 녹화한거있어. 그거 볼래? 맨시티가 아주 맨유를 발라버린다니까!"
하고 오랜만에 노엘과 소리를지르며 어깨동무를하고 맨시티 응원가를 부를 생각에 신이 났는데 노엘은 내게서 리모컨을 빼앗아 들더니 채널을 휙휙 돌려 내가 대체 존재하는 지 조차 몰랐던 어린이 채널로 돌리고는
"그런거 몰라, 난 이거 볼꺼야."
하고 말했다. 나는 잠시 어리벙벙해서 티비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색색깔에 물렁하고 뚱뚱해보이는 사람모양 젤리들이 움직이며 노래하고있었다.
"저거? 씨발 춤추는 젤라빈말이야?"
농담이지? 라는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으며 내가 묻자 노엘은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런 행동은 노엘과 어울리지 않았다.
"응! 저거볼거야!"
노엘은 한참동안 나를 보며 눈을 깜빡거리다가 정말 티하나없이 (내가 순간 무장해제 될 정도로) 해맑게 웃더니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사색이되어서
"우리애?"
하고 불렀으나 우리애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순간 가슴에서 뭔가 스멀스멀 불안감이 드는 걸 느꼈다. 뭔가 이상했다. 이 건 자신이 생각하던게 아니었다.
"우리애?"
내가 한 번 더 불렀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노엘은 티비에 집중했는지 이젠 입까지 헤-하고 벌리며 풀린 동공으로 티비를 응시했다. 난 순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오싹하게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고 그 길로 비명을 지르며 집에서 뛰쳐나갔다.
세상에 저건 씨발 우리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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