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알콕] 바다가 보이는 집 上
블러
알렉스 제임스 x 데이먼 알반
데이먼 알반 x 그레이엄 콕슨
언제였던가 정확히 기억이나지 않았지만 분명 네가 말했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에 커다란 집을 짓고 살고싶다고. 커다란 집에 기타랑 엠프를 가득 놓고 우리 작업실도 있는 그런 커다란 집 말이다. 그리고 너는 거기에서 그레이엄과 살거고 데이브의 방도 있을거라고 말했다. 너는 데이브의 방에 이어서 신발들이 가득한 방과 음반이 가득한 방까지 줄줄히 읇었고 그런 방을 대엿개는 읇은 후에야 나를 돌아보더니 인심쓰는 척 웃으며
"너도 봐서 만들어줄게. 방 남으면."
하고 웃었다. 네가 너무 예쁘게 웃는 바람에 나는 어이없어하지도 못하고 마주 웃어버렸다. 이어 나는 그 집에 유일하게 없는 건 욕실일거라고 너를 놀렸고 너는 그 말에 불퉁해했지만 굳이 그 말을 정정하지않았다. 데이브에게 바닷가라면 바닷가에 들어갔다 오면 씻지않아도 될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은 너는 그러면 되겠다고 좋아해 그레이엄이 얼빠진 표정을 짓게 만들었고 나는 너의 그 어린애같은 면이 좋아 또 웃었다. 그래 이제 정확히 기억이 난다. 막 유명해지기 시작했을 그 시절 그래 기대에 잔뜩 부풀었던 시절이었다.
아무 것도 없이 빈 손에 어리다는 것 하나로 무장한 우리들의 첫 시작은 좋지 않았다. 패기로 시작된 첫 투어에 매니저는 돈을 들고 날라버렸다. 우리는 목이쉬도록 노래를하고 기타를 쳤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빚만 가득 져서 데이먼은 그 돈을 갚기위해 일을 해야했다. 데이먼도 힘들었겠지만 우리또한 그 때 쓰디쓴 실패에 좌절해있었다. 데이먼이 안됐긴 했지만 그 때 우리 사이또한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첫만남부터 날 달가워하지않던 데이먼을 나또한 좋아할리 없었고 데이먼은 사실 좀 제멋대로로 보였고 나랑 그렇게 맞는 편이 아니었다.
그레이엄은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는 편이었고 데이브는 애초부터 밴드에 전부를 걸지 않았었다. 데이먼이 일하는 동안 우리는 그만둘까까지 생각했고 데이먼은 이를 악물고 곡을 써댔다. 나는 그렇게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해대는 데이먼이 이해가 가지않아 좀 웃으라는 뜻으로 데이먼에게 장난을 걸었는데 그 때마다 데이먼은 너무 크게 화를 내어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데이먼은 가끔 묘한대서 진지했다. 데이먼은 꽤 자주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였다. 피자를 사준다고한다는 말에 밴드이름을 바꿀정도로 바보같고 내가 먹고있는 음식상표를 따져가며 그것보단 자신이 이용하는 대가 훨씬 좋다고 구태여 이야기 할정도로 유치한 어린애였지만 데이먼은 언제나 그 안에 깐깐하고 짜증나는 모습을 한 다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어린애같은 데이먼 또한 좋아하지않았지만 깐깐한 모습을 한 데이먼은 정말 싫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멍청하고 재멋대로굴기라도 하면 저 병신 또저러네 하고말 뿐이라 더 나을텐데 그 떄면 어디 샌님처럼 꼬박꼬박 해야할 일을 반듯히 해나갔다. 나는 정말이지 그런 재미없는 일은 딱 질색이었고 처음부터 좋지않던 데이먼이 더더욱 좋지않았다. 그레이엄이 아니었으면 사실 밴드를 뛰쳐나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레이엄의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아서 생각으로만 그쳤다.
다행히도 데이먼이 쓴 곡들은 썩 괜찮아서 우리는 먹고살정도의 돈을 벌었지만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사실 더 성공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데이먼이 그걸 저지했다. 데이먼은 자신의 음악관이 강했고 꽤나 시범적인 노래들을 선보였다. 데이먼은 그 노래들을 충분히 좀 더 대중적으로 손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소속사에서 말리는 것을 무시하고 밀고나간 결과는 꽤나 처참했다. 그럴 수록 데이먼은 더 곡을 썼고 더더욱 깐깐히 굴었다. 나는 그런 데이먼이 점점 더 짜증났다. 대체 어쩌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처음엔 어느정도 있던 약간의 동정심마저 사라져있었다. 나는 더이상 데이먼에게 장난을 걸지 않았고 데이먼은 그럴수록 더더욱 독불장군처럼 굴었다.
어느덧 내가 데이먼에게 참을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달했을 때 결국 나는 데이먼에게 한마디 쏘아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말이아니라 주먹으로 이어질지언정 나는 나뿐만아니라 그레이엄을 위해서라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했고 데이먼이 혼자 작업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구 쏘아붙였다.
처음엔 사실 데이먼이 너무 심하다고만 할 작정이었다. 정말 주먹다짐까지 가는 건 최악의 사태였으나 데이먼은 그런 내 말에 짜증부터 냈다. 정말이지 더는 봐줄 수가 없었고 그동안 꾹꾹 담아두고만 있던 짜증이 폭팔했다. 나는 데이먼에게 질려있었고 어중간하게 뮤지션에 이름을 걸친 내 위치에대해서도 짜증이 나있었다. 우릴 볶아대는 레코드사 사장도 짜증이나있었고 그냥 모든 것이 짜증이났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데이먼에게 퍼부었다. 데이먼 잘못도 있었지만 데이먼 잘못이 아닌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것들이 데이먼 잘못인 것 마냥 퍼부어댔고 내 입에서 한번 나가기 시작한 악의에 찬 말들은 입 밖으로 나갈수록 점점 크기를 불려 악의를 가진 것처럼 데이먼을 물어뜯어댔다. 내가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퍼부었고 데이먼이 나올 행동은 뻔했다. 나는 날아올 주먹에 대비하기 위해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그렇지만 한참이 지나도 주먹은 날아오지 않았다.
나는 데이먼이 나를 때리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욕조차 들려오지않자 슬며시 데이먼을 내려보았다가 나도모르게 멍청히 입을 벌렸다. 내 앞에는 약간 생소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야 너 울어?"
물으면서도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애초에 우는 사람에게 우냐고 묻는 것 자체가 바보같은 짓이었다. 데이먼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고 바닥으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점점히 나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알아, 나도.... 씨발 안다고. 그런데 나도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야....이게 맞는 거 같은데 나조차 확실하게 확신이 서진 않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어서 큰소리만 뻥뻥 쳐놨는데 되지는 않고."
데이먼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었고 울음이 섞여 몇 군대는 정확히 들리지않은채 웅얼댔다.
"너희들은 그냥 보기만 하잖아! 나는...나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겟다고. 나한테는 아무도 괜찮을거라고 해주지 않는단 말이야...나는....나는...."
결국 데이먼은 말도 마치지 못한 채 목놓아 엉엉 울었다. 그래 넌 울었다. 내 앞에서 아주 크게. 그 순간 깐깐하게 보이던 네 모습은 산산히 부서져 너는 정말 어느 때보다 어린애처럼 보였다. 아주 작고 어린아이 말이다.
"어..음....다 괜찮을거야."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너를 끌어안았다. 정말이지 나답지는 않은 행동이었으나 어린애를 달래는 법은 안아서 토닥이는 법 밖에 몰랐고 밀어내리라 생각했던 너도 내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다. 우리가 기껏하는 스킨쉽이래봐야 내가 장난을걸면 네가 하는 주먹질정도가 전부일정도로 우린 친하지도않았고 서로를 안아줄만한 관계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안고 울었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다른사람한테 말을 하면 될 것이지 하고 네 등을 토닥이던 나는 그제야 힘들어하는 그레이엄과 다른 일에 관심을 보이는 데이브 그리고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없이 휘적거리고 다니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누구하나는 버티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모두가 그 주변으로 돌아갈테고 기댈테고 모든 걸 맡길 수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너는 원하던 원치않던 그 역을 해야했다.
내 첫인상이 맞았다. 너는 그냥 어린애였다. 자기가 좋은 걸 하고싶은 그냥 어린애. 거기엔 아무런 이유도 없었고 너는 사실 누군가에게 모든 걸 맡기고 어쩌면 놓아버리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불확실한 것은 두려웠고 모두들 너에게 기대를 걸거나 맡기거나 혹은 확신을 필요로 했다. 너는 구실점 역할을 하면서 그 곳에 못에박힌 듯 서있을 수 있도록 더 서있어야했고 모두가 나돌수록 더 강하게 해야했다. 내가 그레이엄을 위로하는 동안 네가 얼마나 수없이 울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 다 괜찮을거야."
난 몸에 힘을 빼고 너를 정말 꼭 끌어안아 토닥여줬고 넌 나한테 기대듯 안겨와 내 셔츠를 다 적셔놓았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너는 눈이 붕어처럼 탱탱 부어서야 빨간 눈을 하고 나한테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레이엄한텐 말하지마.....이런 거 멋있지 않잖아."
곧죽어도 자존심은 하고 생각하며 내 옷깃을 꽉 잡고있는 네 손을 빼내어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나서야 너는 히-하고 바보처럼 웃었다. 나는 네가 머저리같다고 놀렸고 너는 이번엔 씩씩거리며 내 팔을 힘껏 쳐댔다. 팔뚝이 아팠지만 네가 불퉁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웃었다가 네가 귀엽다는 생각을 한 나에게 경악했다. 그리고 꺠달았을 때 나는 너에게 반해있었다. 가볍게 들리겠지만 지독한 짝사랑의 전조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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